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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지붕 두 부총리 ‘낀 신세’ 기재부는 갈팡질팡

입력
2016.11.0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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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룡(왼쪽)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와 유일호(가운데) 현 부총리. 오른쪽은 최상목 기재부 1차관. 한국일보 자료사진
임종룡(왼쪽)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와 유일호(가운데) 현 부총리. 오른쪽은 최상목 기재부 1차관. 한국일보 자료사진

나라 안팎에 산재한 부정적 변수 탓에 경제가 위기를 향해 치닫고 있음에도, 경제총괄 부처인 기획재정부는 ‘한 지붕 두 부총리’ 체제가 장기화할 조짐이어서 뒤숭숭한 분위기다. 유일호 현 부총리와 차기 임종룡 부총리 후보자 사이에 낀 공무원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갈팡질팡하고 있다.

임 후보자는 지금 1인 3역을 수행 중이다. 후임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금융위원장 업무를 손 놓을 수 없고, 엄중한 시기에 부총리로 내정된 만큼 업무 파악은 물론 중요한 의사결정에도 관여를 해야 한다. 게다가 청문회 준비 또한 소홀히 할 수 없는 상태다. 당연히 업무 몰입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더 난처한 건 기재부 관료들이다. 사실상 두 수장을 모셔야 하는 상황에서 자칫 어느 한 쪽의 심기를 건드릴 수 있기 때문이다. 기재부 한 관계자는 “차기 부총리 후보자의 의사를 정책에 많이 반영해야 하는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현 부총리에 대한 보고를 건너 뛸 수도 없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지금이 중요한 의사결정을 필요로 하는 시기라는 점이다. 조만간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가 나오면 그에 따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하고,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의 골격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다. 또다른 기재부 관계자는 “아무래도 중요한 의사결정을 받아내기가 이전보다 훨씬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런 불편한 동거의 상황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른다는 게 더 큰 문제다. 국회의 국무위원 등 임명동의안 처리 기한이 20일(10일 추가 가능)인 점을 감안할 때, 이번 주 내 임명동의안 제출이 안 되면 예산 처리 기한(12월 2일)까지도 새 부총리가 취임하지 못할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기재부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김병준 총리 카드’가 무산돼 ‘임종룡 카드’가 같이 날아가 버리는 상황이다. 이 경우 경제팀은 다시 ‘유일호 체제’로 돌아가고, 리더십 혼란은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한 기재부 간부는 “청문회가 빨리 열려 부총리가 취임하길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세종=김진주 기자 pearl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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