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0년 프랑스 파리 센강 남쪽 리브고슈에 오르세 기차역이 세워진다. 파리만국박람회를 기념해 만든 이 역은 석조건물 특유의 미려함으로 건축가 빅토르 랄루의 기념비적 역작이 됐지만 철도산업 쇠퇴로 전성기가 길진 못했다. 1939년 폐쇄된 역은 2차 대전 직후인 1945년 포로수용소로 쓰였고 1962년 오손 웰스의 영화 ‘심판’의 촬영장으로 쓰인 후 방치됐다.
1979년 파리 현대화 작업이 시행되며 루브르박물관이 ‘19세기 미술품 전시 공간’으로 오르세 역 재활용 방안을 내놓았고, 오르세 역은 1986년 미술관으로 다시 태어났다. 밀레의 ‘이삭줍기’와 ‘만종’, 마네의 ‘올랭피아’와 ‘풀밭 위의 점심’, 로댕의 ‘지옥의 문’ 등 전 세계 미술교과서에 실린 걸작들이 이곳에 둥지를 틀었다. 건축물의 역사적 상징성과 접근성, 19세기에 초점을 맞춘 선택과 집중 전략, 걸출한 작품은 단 30년 만에 이 미술관을 파리의 상징으로 만들었다.
오르세미술관 개관 30주년을 기념해 내년 3월 5일까지 서초동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는 ‘프랑스 국립 오르세미술관 전’은 오르세미술관이 소장한 회화와 데생 진품 131점을 사조별로 5개 테마로 나눠 소개한다. 밀레의 ‘이삭줍기’와 르누아르의 ‘피아노 치는 소녀들’ 단 두 점을 제외하고 모두 국내 처음 전시된다.
기존 4차례 국내에서 열린 오르세미술관전에서 인상파 작품이 대거 소개됐다면, 이번 전시에서는 윌리앙 부그로의 ‘포위’, 귀스타브 모로의 ‘갈라테이아’ 등 인상파 전후의 사조인 아카데미즘, 사실주의, 자연주의, 상징주의 작품들이 상당수 선보인다. 특히 아카데미즘의 거장 윌리앙 부그로의 대표작 ‘포위’는 전시의 백미로 꼽힌다. 단테의 인페르노를 모티프로 엄격한 기법과 탄탄한 숙련도를 바탕으로 그린 관능미 넘치는 그림이다.
미술관이 전시 간판으로 내세운 그림은 한국인에게 친숙한 밀레의 ‘이삭줍기’와 고흐의 ‘정오의 휴식’이다. 밀레가 이삭줍기를 그리기 전 작품 속 인물을 그린 데생, 에드가 드가가 무희 모습을 캔버스에 옮기기 전 그린 데생도 선보인다. (02)325-1077, 8
이윤주 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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