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막차가결로 임단협 매듭
현대ㆍ기아차 23차례 부분파업
내수 판매량 30% 곤두박질
한국GM도 1만5000여대 몸살
무분규 타결한 르노삼성ㆍ쌍용차
틈새 파고들며 판매량 껑충
올해 국내 자동차 업체의 희비는 신차가 아니라 파업이 갈랐다. 현대ㆍ기아차는 올해 20차례가 넘는 파업을 겪으며 판매량이 급감한 반면 무분규로 협상을 끝낸 르노삼성자동차와 쌍용자동차는 높은 실적을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기아차는 7일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을 타결 지었다. 기아차는 이날 실시된 잠정 합의안에 대한 찬반 투표에서 전체 조합원 3만1,166명 중 92.2%가 투표에 참여, 임금 합의안은 64.2%가, 단체협약은 59.8%가 찬성표를 던졌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상반기 시작된 국산 자동차 5사의 올해 임단협이 모두 마무리됐다. 임단협 과정에서 현대ㆍ기아차는 상대적으로 깊은 내상을 입었다. 현대차는 잠정합의안에 대한 노조의 1차 투표가 부결된 뒤 12년 만의 하루 전면 파업과 총 23회의 부분파업으로 호된 몸살을 앓았다. 기아차도 23차례의 부분 파업을 겪으며 6월 말 상견례 후 5개월 만에 임단협에 마침표를 찍었다.
현대차가 추정한 파업으로 인한 손실은 완성차 약 14만2,000여대, 금액으로는 3조1,000억원에 이른다. 기아차도 11만3,000여대, 2조2,000억원의 피해를 추산하고 있다. 각각 파업으로 인한 역대 최대 피해 규모다. 애꿎은 부품 협력업체까지 연쇄적으로 타격을 입었다.
임단협 과정의 진통은 현대ㆍ기아차의 실적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현대차의 지난달 국내외 전체 판매량(41만1,499대)은 지난해 10월에 비해 10.1% 줄었고, 내수는 30.4%나 곤두박질쳤다. 기아차도 지난달 전체 판매량(25만9,243대)이 전년 대비 3.6%, 내수 판매량은 14.1%가 감소했다. 수출 감소에 내수시장까지 무너지며 현대ㆍ기아차는 연초 세운 연간 판매목표 813만대는커녕 3년 연속 800만대를 유지하는 것도 사실상 어려워졌다.
한국지엠(GM)도 8월부터 9월초까지 총 14차례 노조의 부분파업으로 1만5,000여대 상당의 생산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4월 출시한 ‘신형 말리부’가 한창 신차 효과를 누려야 할 시기의 파업이란 게 뼈아팠다.
이와 달리 르노삼성은 임단협을 2년 연속 무분규로 타결하며 생산 차질 없이 ‘SM6’와 ‘QM6’의 신차 효과를 제대로 이어갔다. 르노삼성의 1~10월 판매량(19만9,179대)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9% 증가했다. 내수 판매량(8만4,458대)만 따지면 무려 32.4%가 늘었다.
7년 연속 무분규로 지난 7월 일찌감치 임단협을 매듭지은 쌍용차도 1~10월 국내외에서 전년 동기 대비 7% 증가한 12만5,411대를 판매, 2007년 이후 9년 만의 연간 흑자 전환에 한걸음 더 다가섰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관계자는 “파업으로 차 생산이 지연되면 고객은 경쟁사의 대체 차종으로 돌아서고, 이렇게 떠난 고객은 향후 몇 년간 다시 잡을 수 없다”며 “재고가 거의 없는 인기 차량의 경우 파업으로 인한 피해가 더 클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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