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A는 골프를 시작할 때부터 꿈꾸던 무대였다. ‘박성현’이란 이름을 미국에도 각인시키겠다.”
2016 시즌 한국여자골프(KLPGA) 투어를 평정한 박성현(23)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진출을 공식 선언했다.
박성현은 7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민 끝에 LPGA 투어 진출을 결정했다”며 “내년 미국 무대에서 신인왕을 목표로 미국에 베이스캠프를 차리고 시즌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올 시즌 KLPGA 투어 7승과 상금왕, 최저타수상 등의 성과를 거둔 박성현은 더 큰 무대에 서기 위해 미국 진출을 결심했다고 털어놓았다.
박성현은 “가장 뜻 깊고 값진 성과를 거둔 한 해였다. 어릴 때부터 꿈꿔 온 LPGA 진출을 결정했다”며 “걱정도 되고 기대도 되지만 초심으로 돌아가 1승을 목표로 한발자국씩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성현은 내년 시즌 국내 잔류와 미국 진출을 놓고 고심을 거듭한 끝에 최근 세마스포츠마케팅과 매니지먼트 계약을 체결하면서 미국 행을 굳혔다.
주변의 권유가 있었다기보다 본인의 결심이 크게 작용했다. 박성현은 “미국에 가고 싶다는 마음이 ‘50대50’이라고 말했는데 개인적으로 가보고 싶었던 마음이 좀 더 컸다. 그러한 마음이 결정에 더 크게 작용한 거 같다”며 “미국에 뛰고 있는 선수들에게 물어봤는데 그 선수들이 ‘그냥 오면 된다’고 말해줘서 편했다”고 설명했다.
박성현은 미국 진출을 준비하기 위해 지난 주말 ‘팬텀 클래식 with YTN’을 끝으로 KLPGA 일정을 접었다. 당초 이번 주 시즌 마지막 대회인 ‘ADT 캡스 클래식’에 출전할 예정이었지만 불참을 결정했다. 국내 일정을 서둘러 마무리한 뒤 다음주쯤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로 출국해 본격적인 미국 무대 적응에 돌입할 계획이다. 박성현은 “LPGA 내년 시즌이 일찍 시작하기 때문에 아직 국내 대회가 끝나지 않았지만 올해를 마무리하게 됐다”며 “어제 경기 후 팬들에게 인사를 하던 중 눈물이 나더라. 팬들도 아쉬워했다. 죄송하지만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첫걸음으로 봐 달라”고 부탁했다.
‘장타 여왕’ 박성현은 이날 자신의 징크스도 밝혀 눈길을 끌었다. 박성현은 “미국 대회에 출전해보니 한국보다 티샷 하기가 편하더라”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산악 지형 때문에 아웃오브바운즈(OB) 구역이 많은 한국 골프장 보다 페어웨이가 넓은 미국 골프장이 상대적으로 편하게 느껴졌다는 의미다. 박성현은 주니어 시절부터 좁은 페어웨이 탓에 OB에 발목을 많이 잡혔다. 그때부터 생긴 버릇 하나가 티박스 왼쪽에는 절대로 서지 않는 것이다. 티샷을 할 때 훅샷이 나와 버리면 여지 없이 OB가 나기 때문이었다. 박성현은 프로로 전향해서도 티박스 왼쪽에는 서지 않고 주로 오른쪽에서 티샷을 했다. 박성현은 “미국에 건너가 징크스를 없애려고 노력은 하겠지만 하다가 안되면 굳이 고치려고 애쓰지는 않겠다”며 웃음을 지었다.
박성현이 LPGA 회원 자격으로 출전하는 첫 대회는 내년 1월 LPGA 투어 시즌 개막전인 바하마 클래식 대회가 될 전망이다. 이 대회 출전을 목표로 박성현은 올랜도에 거처를 마련하고 코치와 캐디, 영어강사 등 4명으로 구성된 전담팀과 함께 훈련과 영어 공부를 병행할 예정이다. 박성현의 스윙 코치는 브라이언 모그(미국)로 결정됐다. 모그는 내년 LPGA 투어에서 박성현을 전담한다. 박성현은 “내 스타일을 미국에서도 바꿀 마음은 없다”면서도 “나는 미국에서 알려지지 않은 신인선수다. 박성현이란 이름을 각인시키고 싶다”고 강조했다.
1승을 목표로 했지만 신인왕에 대한 욕심은 숨기지 않았다.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의 경쟁도 박성현을 벌써부터 설레게 한다. 그는 “올해 LPGA 투어 7개 대회에 출전했지만 우승을 차지하지는 못했다. 일단 1승을 하고 싶고, KLPGA에서는 신인왕 받지 못했는데 신인왕을 목표로 하고 싶다”며 “내년에 리디아 고(19ㆍ뉴질랜드)나 에리야 쭈타누깐(21ㆍ태국) 등 세계적인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좋은 실력을 발휘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기중 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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