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명문대학 시드니대학의 마이클 스펜스(54) 총장이 젊은 학생들 틈에서 한국어를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시드니대학은 1852년 문을 열어 호주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전통의 명문대학이고, 스펜스 총장은 40대 중반이던 2008년 모교의 25대 총장직에 올랐다.
그런데 재임 8년 차인 스펜스 총장은 올해 1학기와 2학기에 시드니대 일반학생 270명의 틈에 섞여 한국어 수업을 듣고 있다고 연합뉴스가 7일 보도했다.
한국어 문법을 가르친 박덕수 교수는 “스펜스 총장은 강의실 맨 앞자리 끝에 앉아 열심히 수업을 듣고 이해가 안 되면 바로 손들고 질문을 했다”며 적극적이었던 만큼 성적도 우수했다고 말했다. 회화를 가르친 김경나 강사도 “20명 학생이 한 반이었는데 올해 입학한 딸 루시와 나란히 앉아 수업을 받았다”며 “과제물도 꼬박꼬박 제출하는 등 열정이 대단했다”라고 소개했다. 강사들은 수업을 같이 받은 학생들이 이 나이든 남성이 자기 학교의 총장이라는 것을 알아채지 못했다고 전했다.
스펜스 총장은 이렇게 배운 한국어 실력을 지난 4일 시드니대학에서 열린 ‘호주 한국어 교육 학술대회’ 개막식에서 실력을 뽐내 주로 한국계 100여명의 참가자를 깜짝 놀라게 했다. 총장은 환영사를 하면서 5분간의 연설문 전체를 또박또박한 한국어로 소화해 참가자들로부터 환호와 함께 큰 박수를 받았다.
지난 2012년 전처와 사별한 스펜스 총장의 이런 한국어 사랑은 지난해 1월 한국계 호주인 제니 인을 부인으로 맞은 데서 비롯됐다. 스펜스 총장은 “가족 때문에 한국어를 배운다”며 “유대감을 갖는 데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호주와 한국은 유사한 가치를 갖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전에 중국어도 배웠는데 한국어가 훨씬 어렵다”면서 “딸 루시는 연세어학당에 가 한국어를 배울 예정이고 자신도 한국어 실력을 계속 쌓아갈 것”이라며 한국과의 인연을 더 깊이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또 갓 돌이 지난 아들에게 영어 이름뿐만 아니라 한국어 ‘건영’이라는 이름도 붙여줬다고 말했다.
고경석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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