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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동네 백사마을의 기적 "50년 만에 목욕탕 생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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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동네 백사마을의 기적 "50년 만에 목욕탕 생겼어요"

입력
2016.11.07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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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노원구 중계본동 백사마을에 8일 문을 여는 ‘비타민 목욕탕’ 앞에서 주민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서울연탄은행 제공
서울 노원구 중계본동 백사마을에 8일 문을 여는 ‘비타민 목욕탕’ 앞에서 주민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서울연탄은행 제공

1960년대 후반 청계천과 남대문 일대 재개발로 오갈 데 없는 이들이 하나, 둘씩 모여 만들어진 서울 노원구 중계본동 백사마을. 지번인 104번지가 마을 이름이 된 이곳은 서울의 대표적인 달동네다. 전체 600여 세대가 아직도 4, 5평 남짓한 단칸방에서 연탄에 의지해 겨울을 보낸다. 온수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탓에 겨울이면 제대로 한번 씻기도 어려운 주민들이 많다. 마을에서 가장 가까운 목욕탕을 가려 해도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은 교통비와 목욕비 부담 때문에 부엌에서 물을 데워 써야 하는 형편이었다.

백사마을에 최근 작은 기적이 일어났다. 온라인 펀딩 등을 십시일반 모인 600여 명의 정성으로 마을이 생긴 지 50여 년 만에 8일 목욕탕이 문을 여는 것. 박해숙(82) 할머니는 “이젠 아픈 다리를 끌며 멀리 가지 않게 됐다”며 “로또를 맞은 기분이 이만 할까”라고 활짝 웃었다. 허기복 밥상공동체ㆍ연탄은행 대표는 “비타민 목욕탕으로 이름 붙인 이 시설이 완공되기까지 아직 우리사회에 온정이 남아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마을에 대중목욕탕이 있었으면 소원이 없겠다”는 마을 노인들의 건의가 나온 것은 지난해 여름. 이 소식을 접한 서울연탄은행은 1년가량 준비기간을 거쳐 지난 6월 포털사이트를 통해 ‘달동네 어르신들 목욕탕 세우기’ 모금운동에 들어갔다. 온라인 펀딩을 시작한 지 한달 만에 881만원이 모이더니 3개월이 지나자 모금액이 2,000만원을 넘어섰다.

8일 서울 노원구 중계본동 백사마을 초입에 문을 여는 비타민 목욕탕을 찾은 어르신들이 즐거운 표정을 지고 있다. 서울연탄은행 제공
8일 서울 노원구 중계본동 백사마을 초입에 문을 여는 비타민 목욕탕을 찾은 어르신들이 즐거운 표정을 지고 있다. 서울연탄은행 제공

백사마을 초입에 위치한 ‘신나는 지역아동센터’에 다니는 어린이 14명도 노인들의 따뜻한 겨울나기에 동참해 10만원을 기부했고, 마을 주민 30여명도 마을 사랑방 입구에 걸린 작은 모금함을 통해 500만원을 모았다. 후원금뿐 아니라 동네 목욕탕에 필요한 물품을 보내고 싶다는 전화 문의도 이어졌다. 다수의 익명 기부자들도 어르신들의 따뜻한 겨울나기를 위해 힘을 보탰다.

연탄은행에 따르면 익명을 요구한 60대 재일교포가 목욕탕에 설치할 세탁기 구입비 100만원을 기부하고 “부족한 게 있으면 언제든지 말해 달라”고 말한 뒤 서둘러 자리를 떴다. 익명의 기부자는 매년 서울연탄은행에 1,000만 원씩 기부를 해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 9월에는 한 남성이 서울연탄은행에 전화를 걸어 “어르신들을 위해 꼭 써달라”며 400만원을 입금했다. 그 역시 신원을 밝히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 서울연탄은행은 이렇게 마련한 공사비 6,500만원으로 마을 초입 빈집을 리모델링 해 76㎡(23평) 규모의 비타민 목욕탕을 지었다. 허 대표는 “요즘 주머니 사정이 어려운데 달동네 어르신들을 위해 이어진 많은 사람이 보내준 사랑에 새삼 놀랐다”고 말했다.

비타민목욕탕은 매주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전 10~12시, 오후 1~4시까지 문을 연다. 서울연탄은행에 신청서를 제출한 뒤 회원카드를 발급받으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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