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관광산업을 지탱하는 큰 축인 ‘유커(遊客·중국인관광객)’의 중심이 ‘싼커(散客·개별관광객)’로 이동하고 있다. 단체보다는 개별적으로 한국을 방문하는 중국인 비중이 이미 60% 이르고, 면세점 고객 가운데서도 절반이 넘는다. 중국 정부의 저가 단체관광 규제 방침에 긴장하고 있는 국내 관광·유통업계에서 개인 관광객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7일 한국관광공사와 면세점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관광객에서 개별관광객이 차지하는 비중은 59.1%로 단체(40.9%)보다 많았다. 개별관광객 비중은 최근 수년간 60% 수준에서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이 특히 많이 몰리는 면세점에서도 개별관광객의 증가세가 확인된다. 업계 1위인 롯데면세점 소공점에서 올해 1~9월 중국인 고객 중 개별관광객 비중이 48%를 차지했다. 개별관광객 비중은 2014년 44%, 지난해 45%에 이어 50%에 바짝 다가섰다.
면세점에서 실제 개별관광객 증가세는 더욱 가파른 것으로 분석된다. 개별관광객 중에서도 할인 혜택 등을 받기 위해 단체여행객으로 등록하고 쇼핑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는 단체로 집계되기 때문이다. 신라면세점 등 다른 주요 면세점에서도 중국인 개별관광객 비중이 50%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인지도가 떨어지는 신규 면세점들은 아직 단체 비중이 월등히 높지만 개별관광객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개별관광객 확대는 저가 단체관광의 폐해를 줄이고 관광산업의 질적인 개선을 이룰 수 있는 해법으로 꼽힌다. 중국 정부의 규제에 큰 영향을 받지 않고 관광산업이 지속성장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황명선 문화체육관광부 관광정책실장은 “몇 년 전부터 개인 관광객 증대 전략에 집중해 중국, 일본은 물론 아세아, 중동지역의 의료 개별관광객 유치와 해외마케팅에 힘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광당국은 한류, 뷰티(미용) 등 중국 개별관광객들이 선호하는 콘텐츠를 활용하는 마케팅을 하고 중국 내 소비자에게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온라인 파워유저인 왕홍(網紅)을 초청해 현지 온라인 홍보도 하고 있다.
국내 면세점 업계도 '싼커'를 잡기 위한 마케팅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특히 구매력 있는 VIP 개인 고객과 비중이 커지는 20~30대 고객이 주요 공략 대상이다. 롯데면세점은 ‘퍼스널 쇼퍼’ 인력을 별도로 운영해 구매력이 높은 외국인 관광객을 1대1로 응대한다. 일정액 이상 구매 시 중국으로 돌아가는 고객이 공항에서 집으로 편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픽업서비스도 진행하고 있다. 롯데면세점 중국 VIP 회원 가입자 수는 약 60만 명에 달한다.
신라면세점은 20~30대 고객 유치를 위해 한국 화장품을 알리는 ‘뷰티 클래스’를 정례화하는 등 각종 체험형 이벤트를 확대했다. 이와 함께 구매금액별로 T머니, 무료 음료쿠폰, 공연 관람권, 선불카드 등이 들어있는 선물꾸러미를 증정하고 택시비 지원, 중국 은행 신용카드 제휴 프로모션 등을 진행 중이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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