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5일 서울 광화문에서 촛불 시위가 열리는 동안 주로 청와대 관저에 머물렀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6일 “박 대통령이 여느 주말과 다름 없이 조용히 지낸 것으로 안다”면서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고 나서 박 대통령이 관저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길어졌다”고 전했다. 박 대통령은 관저에서 촛불시위 관련 보도를 챙겨보며 민정수석실과 경찰 등의 시위상황 보고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촛불을 들고 나온 20만명(주최측 추산ㆍ경찰 추정 4만5,000명)이 박 대통령을 향해 외친 “하야하라!” “퇴진하라!”는 구호와 노래들은 관저에서도 들렸을 가능성이 크다. 관저 뒤편의 북악산이 방음벽 역할을 해, 광화문에서 울리는 소리가 청와대까지 그대로 전달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5일 밤엔 삼청동과 효자동 등 청와대 주변의 통행이 전면 통제됐다. 청와대가 그야말로 적막에 휩싸여 있었던 만큼, 박 대통령에겐 광화문광장의 성난 외침이 더 크게 들렸을 것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2008년 6월 광우병 쇠고기 촛불 시위 때 청와대 뒷산에 올라 광화문에서 울려 퍼진 ‘아침이슬’을 들었다고 고백했었다. 이 전 대통령은 쇠고기 파동 특별기자회견에서 “캄캄한 산 중턱에 혼자 앉아 시가지를 가득 메운 촛불 행렬을 보면서 국민을 불편하게 만든 제 자신을 책망하고 돌아봤다”면서 허리를 숙인 바 있다.
최문선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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