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만의 가치 추구하는 시대
식품ㆍ공예 등 ‘수제’ 인기에 주목
전국 벼룩시장ㆍ박람회 돌며 발품
입점 작가 60명에서 현재 1400여명
최근 유통업계의 화두는 ‘가치소비’다. 물건 하나를 사더라도 자신이 가치를 부여한 만족도 높은 상품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 소비를 일컫는 말이다. 이제 사람들은 남들과 다르고, 나를 더 돋보이게 하며, 나만 가질 수 있는 제품에 지갑을 연다.
이 같은 경향에 힘입어 최근 3,4년 사이 대세로 떠오른 것이 벼룩시장(플리마켓)이다. 직접 손으로 만든(핸드메이드) 양초나 팔찌 같은 장신구와 손으로 그림을 그려 넣은 티셔츠 등을 갖고 나와 펼쳐 놓고 판매하는 벼룩시장은 주말마다 신촌, 이태원, 서촌, 북촌 등 서울 곳곳에서 나타났다 사라진다. 광주, 부산, 제주도 등 전국 각 지역에도 이름난 벼룩시장이 하나 둘씩 생겨나고 있다.
이런 벼룩시장에서 판매되는 수제 상품은 온라인에서는 찾기가 어렵다. 공장에서 대량으로 찍어내는 제품보다 생산 속도가 더디고 수량이 적어 온라인 쇼핑몰에는 입점이 어렵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알음알음 판매하는 것만으론 작가들이 생계를 유지할 수도 없다. 판매자는 팔 곳이 없고, 구매자도 살 곳이 없는 구조다.
이러한 고충에 주목한 신생 혁신 기업(스타트업) ‘백패커’는 2014년 ‘아이디어스’라는 서비스를 내놨다. 핸드메이드 제품을 사고파는 모바일 장터를 연 것이다. 김동환(35) 백패커 대표는 “매년 우리나라의 공예 전공 졸업자가 2만명이나 되지만 이중 전업 작가가 되는 이는 2,000명 정도”라며 “나머지는 자기 재능을 살리지 못하고 전공과 거리가 먼 회사에 들어간다”고 지적했다. 전 세계적으로 수제 상품 수요가 점점 늘고 있는 만큼 국내에도 어엿한 온라인 거래 공간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판단이었다.
그러나 이전까지 없던 시장을 작은 스타트업이 일궈내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다. 아이디어스에 입점할 작가를 찾는 데도 적잖은 품이 들었다. 전국의 벼룩 시장을 일일이 돌아다니며 작가를 찾았고, 핸드메이드 제품 박람회 등에서 만난 작가 2,000여명에게 직접 메일도 보냈다. 김 대표는 “생소한 플랫폼이다보니 긍정적 반응을 보이는 작가가 많지 않았다”며 “답장을 준 100여명의 작가들을 모두 직접 찾아가 설득해야 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김 대표와 만난 작가 가운데 입점 제안을 받아들인 60명으로 아이디어스의 서비스는 시작됐다.
초반 성적은 부진했다. 첫 분기였던 2014년 2분기 전체 거래액은 76만원에 불과했다. 그러나 유일무이한 핸드메이드 제품 전문 플랫폼이라는 입소문이 퍼지고, 인기 상품이 하나둘씩 생기면서 아이디어스를 찾는 이들도 늘었다. 지난달까지 아이디어스 응용 소프트웨어(앱)를 내려 받은 건수는 147만건이나 된다. 60명으로 출발한 입점 작가 수는 1,400명까지 늘었다. 3분기 전체 거래액은 42억원을 돌파했다. 현재 아이디어스의 최고 인기 제품은 다이어트 효과가 있다고 소문난 수제식초로, 한 달에 8,000만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2년 만에 큰 성장을 이뤄냈지만 아직 아이디어스의 수익은 크지 않다. 작가들에게는 등록비 명목으로 한 달에 5만5,000원씩만 받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디어스가 챙기는 수수료는 한 푼도 없다. 사업 확장에 필요한 비용은 외부에서 투자받은 50억원으로 충당하고 있다. 아직 시장이 안착되지 않은 만큼 작가들에게 과실을 모두 돌려 시장을 더 키우고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게 아이디어스의 생각이다.
김 대표는 앞으로 입점 작가를 10만명까지도 모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들이 아이디어스에서 거래하는 것만으로도 먹고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장기적인 바람이다. 김 대표는 “작가들이 잘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소비자들은 원하는 제품을 구입하게 된다면 모두에게 이득”이라며 “육아 등으로 경력이 단절되거나 퇴직한 사람들에게도 새로운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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