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의 시 한 송이] 위대한 것은 인간의 일들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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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의 시 한 송이] 위대한 것은 인간의 일들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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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0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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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덜 깬 아침 잘 다녀오라는 인사를 서로에게 건네는 일. 도로에 흰색 점선을 다시 선명하게 긋는 이들을 만나는 일. 수신호를 따라 1차선에서 2차선으로 차들이 섞여 들어가는 일. 비상등 신호를 켜 뒤차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일.

일상이 유지된다는 것. 낡은 구두를 수선하며 남루한 심정이 되지 않는 것. 내일의 햇빛을 떠올리며 잠들 수 있는 것. 보이지 않는 곳이 품고 길러낸다는 것들에 의심이 들지 않는 것. 일용할 양식을 구하는 일은 신선하고 신성한 것이라는 믿음을 잃지 않게 되는 것. 국민의 일상이 유지되게 하는 것. 국가가 해야 하는 가장 기본적인 책임이자 의무.

위대한 것은 인간의 일들이니. 이 소소한 일상이 지켜질 때 인간의 일들은 위대한 것이니. 이보다 더 엉망진창이 되지 않기 위해 엉망진창을 달걀로 쥐어보는 일. 세게도 가볍게도 아닌, 달걀이 될 때까지.

엉망진창은 다른 계산을 하고 싶은 자들이 다른 계산을 펼치기에도 적합한 시간. 위대한 것은 인간의 일들이니. 우리의 존엄은 우리가 만들어야 하는 것. 엉망진창을 달걀로 만들어 하나씩 들고. 달걀에서 달걀이 나올 때까지. 고도의 집중.

이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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