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반정부시위 확산일로에
물대포ㆍ최루탄 강제진압 나서
터키 정부가 정권에 비판적인 국회의원과 언론인들을 잇달아 구금하면서 반정부 시위가 격화하고 있다. 지난 7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가 반대파를 축출하기 위해 쿠데타를 이용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공안정국에 반발하는 저항이 거세지면서 술탄을 꿈꾸는 에르도안 총리의 드라이브가 시험대에 올랐다.
5일(현지시간) BBC 등 외신에 따르면 1,000명 규모의 시위대가 이스탄불 북쪽 지역인 시실리 도심을 점거한 채 정부의 언론 및 정치탄압 규탄 대회를 열었다. 국회의원에 이어 언론인까지 구속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거리에 모이기 시작한 시위대는 “파시스트”, “우리는 침묵하지 않는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거리를 행진했다. 시위에는 구속된 언론인들의 매체인 ‘줌휘리예트’와 쿠르드계 야당인 인민민주당(HDP)의 깃발이 등장했다. 터키 정부는 앞서 야당 성향 일간지 줌휘리예트의 간부 기자와 경영진 12명, HDP 공동대표 등 현역 의원 12명을 테러조직연계 혐의로 체포해 이 가운데 18명을 구속했다.
시위대는 줌휘리예트 사무실까지 행진을 시도했지만 경찰은 물대포와 최루가스를 동원해 시위대를 제지, 강제 해산시켰다. 가디언은 이날 시위 현장에 대해 “이스탄불 시실리 대로에 최루탄 가스가 가득했다”며 “경찰 헬리콥터가 시위 현장 상공을 날고 있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경찰이 시위대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고무탄을 발사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되고 있다.
공안몰이를 통한 에르도안 총리의 폭압 통치가 지속되자 비판도 확산하고 있다. AP는 HDP 소속의 국회의원을 인용해 “에르도안 총리는 터키를 반대파가 전무한 ‘독재국가’로 만들려고 한다”고 보도했다. 독일 정부는 국회의원과 언론인 구속 사태에 대해 주독일 터키 대사를 불러 민주주의의 후퇴라며 엄중히 항의했다. 프랑스, 독일, 그리스 등 유럽 각지에서도 언론인과 쿠르드계 의원 구속 사태에 항의하는 시위가 열렸다.
정민승 기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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