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55) 미국 대통령은 메이저리그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팬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월드시리즈 우승팀의 백악관 방문 전통에 따라 이번엔 라이벌인 시카고 컵스가 오바마 대통령의 초대를 받게 돼 흥미롭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인 MLB닷컴은 오바마 대통령이 108년 만에 월드시리즈 우승을 일군 컵스의 조 매든(62) 감독을 비롯한 선수들을 축하하기 위해 백악관으로 초대했다고 5일(이하 한국시간)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미 지난 3일 열린 월드시리즈 7차전에서 컵스가 클리블랜드를 꺾고 우승을 차지한 이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드디어 그 일이 일어났다. 컵스가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했다”면서 “나 같은 화이트삭스 팬조차도 그 사실을 믿을 수 있게 했다”고 축하 메시지를 건넸다. 그러면서 “내가 떠나기 전 백악관에 와줄 수 있느냐”며 컵스 선수단을 백악관에 초청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임기는 현지시간으로 내년 1월20일 끝난다. 컵스의 몇몇 선수는 TV 쇼에도 나간다.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는 포수 데이비드 로스는 MLB네트워크에 일부 선수가 이번 주 NBC TV의 버라이어티 쇼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SNL)’에 출연할 것이라고 알렸다.
한편 108년 만의 우승에 취한 시카고 주민들은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시카고 강은 컵스의 상징색 ‘커비 블루’(Cubbie Blue)로 물들었고, 도로에는 컵스 로고를 구성하는 빨강ㆍ파랑ㆍ흰색 종이 꽃가루가 흩날렸다. 시카고 경찰은 컵스 월드시리즈 우승 기념 퍼레이드가 펼쳐진 5일 도심에 모인 군중을 약 500만 명으로 추산했다. 행사가 열린 시카고 그랜드파크는 오바마 대통령이 8년 전인 2008년 미국 대통령직 수락 연설을 한 곳이기도 하다. 시카고 abc방송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의 2008 대선 당선 수락 연설 당시 이 곳에 25만 명이 모였고, 북미 아이스하키리그(NHL) 블랙혹스의 2013년 스탠리컵 우승 기념 퍼레이드에 약 200만 명이 참석했다. 화이트삭스의 2005년 월드시리즈 우승 퍼레이드에는 약 175만 명이 운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의환향한 컵스 선수단과 가족, 구단 관계자들은 25대의 오픈탑 2층 버스에 나눠 타고 홈구장 리글리필드에서부터 도시 최대 번화가 미시간애비뉴 남쪽의 그랜트파크까지 약 10km 구간을 퍼레이드하면서 팬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컵스팬들은 늘 “언젠가(someday) 이기겠지”라며 위로하던 말 대신 ‘굿바이 섬데이’(Goodbye Someday), ‘드디어 해냈다’(It did happen), ‘월드 챔피언’(World Champion) 등이 쓰인 플래카드를 들고 선수단을 맞았다. 컵스 출신으로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빌리 윌리엄스(78), 라인 샌드버그(57) 등도 참석했으며, 컵스의 레전드인 어니 뱅크스(1931~2015)와 론 산토(1940~2010), 유명 장내 아나운서 해리 캐리(1914~1998) 등과 컵스를 거쳐간 여러 선수를 기리는 시간도 마련됐다. 탐 리케츠(53) 컵스 구단주와 테오 엡스타인(42) 사장, 매든 감독은 차례로 축하 인사말을 했다. 선수 대표로는 월드시리즈 MVP 벤 조브리스트(35)를 비롯해 덱스터 파울러(30), 존 레스터(32), 카일 슈와버(23), 앤서니 리조(27), 데이비드 로스(39) 등이 소감을 밝혔다. 리조는 이 자리에서 7차전 연장 10회말,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올리며 잡은 공을 구단주 리케츠에게 선물하기도 했다.
시카고 시는 108년 만의 컵스 우승을 축하하기 위해 퍼레이드에 앞서 시카고 강을 파란색 친환경 물감으로 염색했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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