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단(BOP)에서 활동 중인 발레리나 박세은(25)이 BOP 수석무용수로 승급했다. 미국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 영국 로열 발레단과 함께 세계 3대 발레단으로 통하는 BOP에서 동양인이 수석 무용수에 오르기는 처음이다.
박세은은 7일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결과가 믿기지 않고 얼떨떨하지만 이 시간까지 축하 전화를 받으면서 책임감이 생긴다”고 소감을 말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발레를 시작한 박세은은 2007년 스위스 로잔콩쿠르 1위, 2009년 불가리아 바르나콩쿠르 금상 등을 수상하며 ‘발레 신동’으로 이름을 알렸다. 로잔콩쿠르 수상자에게 주어지는 특전으로 미국 아메리칸발레시어터가 운영하는 스튜디오컴퍼니(ABTⅡ)에서도 활동했고 귀국 후 국립발레단에서 2년간 활동한 바 있다.
박세은은 “그럼에도 파리로 간 건 운명”이라며 “(은사인)김용걸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파리오페라발레단에서 활동한 적 있어 막연한 호기심에 시험을 쳐서 준단원부터 다시 시작했다”고 말했다. “22살에 군무부터 시작한다고 하니 다들 말렸죠. 발레리나 활동 기간이 긴 게 아니니 작은 무용단이라도 주역으로 춤 출 수 있는 곳으로 가라고요.”
1669년 설립된 파리오페라발레단은 150여명의 정단원을 카드리유(군무)-코리페(군무 리더)-쉬제(솔리스트)-프리미에 당쇠즈(수석무용수)-에투왈(수석무용수 중 최고 스타) 5단계로 구분한다. 2011년 준단원으로 파리오페라발레단에 입단한 박세은은 2013년 11월 쉬제까지 초고속 승급했고 2014년 말 발레 ‘라 수르스(La Source)’에서 주인공 ‘나일라’를 연기하며 주역으로 나섰다. 박세은은 “5년 동안 군무를 하면서 가끔 저한테 주어지는 주역, 솔리스트를 해내는 게 엄청 힘들었다”며 “더 이상 군무를 안 하게 돼서 날개를 단 것 같다”고 웃었다.
“앞으로 하고 싶은 작품이 너무 많아요. 일단 ‘잠자는 숲 속의 미녀’ ‘돈키호테’ 같은 루돌프 누례예프 안무작은 다 주역으로 서고 싶어요. 이제 시작이에요.”
이윤주 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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