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여야 영수회담을 통해 '김병준 책임총리'를 논의한다는 방침을 정했지만 야권은 총리 지명 철회를 요구하며 반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김병준 국무총리 내정자는 국회 인준 실패시 스스로 물러날 뜻을 굽히지 않고 있어 청와대가 내놓은 '김병준 총리카드'가 관철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당초 4일 박 대통령의 대국민담화에서 책임총리에 대한 언급이 있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정작 이에 대한 내용은 제외됐다. 대신 박 대통령은 여야 영수회담을 제안했다. 섣불리 이 문제를 언급하기 보다는 공을 국회로 넘겨 해법을 모색해보자는 것이다. 여론 추이와 정국 동향을 지켜보며 책임총리 문제를 풀어나가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이같은 전략을 두고 정작 김 내정자와 상황인식을 달리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김 내정자는 자신의 거취가 달린 문제를 빨리 풀고싶어 하는 것과 달리 청와대에서는 느긋하게 대응하고 있어 온도차가 느껴진다는 것이다.
김 내정자는 애써 표정관리에 나선 모양새다. 그는 이날 박 대통령의 담화 발표 후 기자들과 만나 "제가 어제 (검찰) 수사·조사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그걸 받아주셔서 저로서는 고맙다"며 박 대통령이 최순실 사태 수습방안으로 검찰조사를 수용한 부분만 짧게 평가했다. 김 내정자는 그러면서도 "제가 말씀드렸듯 야당이 반대하면 총리는 안 되는 것"이라며 인준 실패 시 총리직을 포기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야권에서는 총리 지명 철회를 내세우며 청와대를 압박하고 있다. 김병준 내정자의 개인 역량은 차치하고, 총리 내정에 대한 절차 자체에 전혀 협치 부분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여기까지는 두 야당이 의견 일치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제안한 여야 영수회담과 관련해선 온도차가 느껴졌다. 더불어민주당은 사실상 거부를, 국민의당에선 일단 수용의사를 나타냈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기자회견을 열고 "문제해결 의지가 없는 영수회담은 불가하다"며 사실상 거부 입장을 보였다. ▲별도 특검과 국정조사 ▲김병준 국무총리 내정자 철회 ▲2선 후퇴 및 국회가 추천하는 총리 인선 등 3가지를 영수회담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일단 이야기를 들어보겠다. 내가 (회담을) 받겠다고 했는데 안 해주면 어떻게 하느냐"며 영수회담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박 원내대표는 그러면서도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 "김 내정자의 총리 인준은 절대 안된다"고 선을 그었다.
청와대는 영수회담을 통해 김 내정자의 총리 인준을 설득한다는 입장이지만 야당 모두 총리 지명 철회를 전제로 내세우고 있다. 인식의 출발선이 서로 다른 셈이다. 이토록 총리를 둘러싸고 청와대와 야당의 인식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실제 총리의 국회 인준 여부는 쉽지 않아 보인다.
만일 박 대통령이 김병준 카드를 계속 고수할 경우 야권과의 정면 충돌이 불가피하다. 따라서 정치권에서는 청와대가 야권 협상용으로 일단 김병준 카드를 고집하는 자세를 보이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버릴 때 버리더라도 최대한 시간을 끌다가 야권의 주장을 수용하는 모양새를 보여주기 위해 일단은 김병준 총리 카드를 쥐고 있다는 설명이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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