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 주류로 인식됐던 양주가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대형마트에서 매출이 급증했다. 그동안 양주는 주로 룸살롱같은 유흥업소에서 마시는 술로 인식됐으나 청탁금지법 시행과 홈술족(집에서 술 마시는 사람) 증가 등의 영향으로 소비 행태에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국내 시장에서 양주는 룸살롱 등 유흥업소에서의 판매량이 전체 매출의 80~90%를 차지해왔다.
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청탁금지법 발효 직후인 지난달 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이마트에서의 양주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3.0% 증가했다. 청탁금지법 시행 전인 올해 1~9월 양주 매출이 작년 동기 대비 -4.7% 역신장했던 점을 감안하면 큰 변화다. 이마트에서 양주는 지난해에도 매출이 전년 대비 12.3%나 감소했을 정도로 주류 코너에서 하락세가 뚜렷한 품목이었다.
롯데마트에서도 그동안 하락세를 거듭하던 양주 매출은 청탁금지법 시행 직후 오름세로 돌아섰다. 지난 10월 한 달간 대표적 양주인 위스키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6%나 늘었고 브랜디 매출도 43.9%나 껑충 뛰었다. 대부분 알코올 도수 30도 이상의 독주(毒酒)인 양주는 음주문화 변화와 갈수록 독주를 기피하는 풍조 등으로 국내 전체 시장에서도 최근 7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거듭할 정도로 인기가 하락한 주종이었다.
하지만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3만원 이하로 식사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늘면서 그동안 양주를 즐겨 마시던 마니아층을 중심으로 대형마트에서 직접 양주를 구매해 집에서 마시는 홈술족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신근중 이마트 주류팀장은 “청탁금지법 시행 등으로 업소에서 양주를 마시기 어려워진 애주가들이 마트에서 직접 술을 사다가 집에서 마시는 경우가 늘어난 것 같다”며 “최근 소용량 양주를 찾는 고객까지 늘면서 50㎖짜리 미니어처 상품도 갖춰놓고 있다”고 말했다.
양주뿐 아니라 홈술족들이 애용하는 대표적 주종인 수입맥주의 매출도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크게 늘었다. 이마트에서 지난 1~9월 수입맥주 매출 신장률은 18.2%였으나 지난달 1일부터 지난 2일까지는 신장률이 42.6%로 급상승했다. 이같은 양주와 수입맥주의 매출 호조세에 힘입어 같은 기간 이마트에서 전체 주류 매출도 369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10.3% 증가했다. 이 기간 이마트에서 주류를 구매한 고객 수 역시 270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만명이나 늘었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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