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생이 명령한다. 박근혜는 하야하라”
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는 백남기 농민 영결식과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촉구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거리로 쏟아져 나온 시민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수만명의 인파 사이로 많은 수는 아니지만 교복을 입은 앳된 얼굴의 중ㆍ고교생들도 눈에 띄었다.
전국 각지에서 올라 온 400여명의 청소년들은 세종문화회관 앞에 자리를 잡고 저마다 “박 대통령은 물러나라”고 소리쳤다. 맞은편 인도에서도 21세기청소년공동체희망 주관으로 중ㆍ고교생 50여명이 모여 2차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세종문화회관 집회를 주최한 중고생연대 상임고문 최준호(19)군은 “일제를 공포로 몰아넣은 3ㆍ1운동도, 대통령을 쫓아내고 나라를 뒤엎은 4ㆍ19혁명도 모두 어린 학생들의 분노가 도화선이 됐다”며 “잠시 내려 놓았던 역사의 주역이라는 무거운 짐을 다시 한번 짊어질 때”라고 말했다.
규탄발언에 나선 학생들은 일제히 국정농락의 주인공인 최순실씨 처벌과 박 대통령 퇴진을 주장했다. 중학교 2학년 이찬영(14)군은 “박 대통령은 우리가 선출하지 않았지만 그 동안 그를 대통령으로 믿었던 어린 학생들의 생각이 모두 틀렸음을 입증했다”며 “대통령을 허수아비로 만든 최순실은 반드시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고교 1학년 조현지(16)양은 “미래를 준비하기도 벅찬 학생들이 지금 이 시간, 이 자리에 나와 시위를 하는 현실이 서글프기만 하다”며 “박 대통령이 진정 잘못을 깨닫고 반성한다면 하야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학생들은 특히 최씨의 딸 정유라씨 입학ㆍ학사 특혜 의혹에 크게 분노했다. 서울예고 서양화 전공 2학년 학생 80여명을 대표해 참석한 김민정(17)양은 “소위 ‘빽’ 있는 아이들이 부정한 방법으로 대학에 들어가고 혜택을 받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며 “교육은 인간된 권리를 배우고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는 과정이지, 부를 되물림하기 위한 수단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청소년뿐 아니라 전국의 대학생들도 같은 시간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각 대학 총학생회와 학생단체 70여개로 구성된 ‘전국 대학생 시국회의’ 소속 학생 400여명은 기자회견을 통해 “박 대통령은 아는 동생은 챙겼지만 가장 중요한 국민의 목소리는 듣지 않았다. 이런 상실의 시대에 대학생들은 더 이상 침묵할 수 없다”며 퇴진을 촉구했다.
글ㆍ사진 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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