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중대 결심 더 늦출 수 없어” 선회 시사
안철수ㆍ박원순ㆍ이재명 등 ‘퇴진’ 강경론 탄력
야권 지지층 선점하기 위한 선명성 경쟁 모양새
민주 ‘단계적 퇴진론’ 공감대 속 로드맵은 이견
야3당과 야권 대선주자들은 현재의 국정 난맥을 수습하기 위한 해법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에서 손을 떼야 한다”는 데는 대체로 일치한다. 다만 대통령직을 유지하되 권한을 내려놓는 ‘2선 후퇴’의 신중론과 아예 하야와 탄핵을 주장하는 강경론으로 나뉘어진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이 4일 2차 대국민담화에서도 국정 주도권을 쥐고 가겠다는 의지를 포기하지 않으면서 강경론이 힘을 얻고 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이날 성명을 통해 “대통령이 끝내 국민에게 맞선다면 저로서도 중대한 결심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며 ‘최후 통첩’ 의 입장을 밝혔다. 문 전 대표는 “대통령에게 하는 마지막 요구”라며 ▦총리 지명 철회 ▦거국중립내각 구성 ▦내각에 국정운영 권한 이양 ▦대통령의 2선 후퇴 등을 제시했다. 문 전 대표 측은 “노무현정부 당시 탄핵을 경험한 트라우마가 있기 때문에 국정 공백을 막기 위한 충정에서 거국중립내각을 요구했던 것”이라며 “박 대통령의 입장 변화가 없다면 중대 결심은 불가피하다”고 했다. 현재로선 2선 후퇴의 신중론을 취하고 있지만 박 대통령이 고집을 꺾지 않는다면 강경론으로 선회할 수 있다는 뜻이다. 신중론자인 김부겸 민주당 의원도 박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직후 “인내심이 한계에 이르렀고 이제 행동에 나설 수밖에 없다”며 “대통령의 2선 후퇴 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고 압박수위를 한층 높였다.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와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성남시장 등 기존 강경론자들은 더욱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안 전 대표는 “대통령이 외교를 포함한 모든 권한을 여야 합의 총리에게 이양하고 즉각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전 대표는 이날부터 온라인을 통해 박 대통령 퇴진 촉구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박 시장은 심상정 정의당 대표와 비공개 회동을 갖고 “현 비상시국을 극복할 지름길은 박 대통령이 즉각 물러나는 것”이라고 밝혔고, 이 시장은 “이제 정치권에서 탄핵을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선주자들간 신중론과 강경론으로 갈리는 것은 대선 전략과 지역 정서에 기인한 측면이 크다. 가장 유력한 야권주자인 문 전 대표는 강경론을 주도할 경우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점에서 여야를 아우르는 정치적 해법을 주장해 왔다. 문 전 대표는 ‘최순실 게이트’ 이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을 제치고 1위를 달리고 있다. 김부겸 의원의 경우 지역구인 대구경북(TK) 정서를 무시할 수 없다. 다른 대선주자들은 들끓는 야권 민심을 선점하기 위한 선명성 경쟁을 벌이는 모양새다. 가장 먼저 하야ㆍ탄핵을 주장했던 이재명 시장이 최근 조사에서 선전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민주당과 국민의당에선 향후 로드맵을 두고 여러 의견이 분출하고 있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김병준 국무총리 내정 철회 및 국회 추천 총리 수용, 국정조사와 별도의 특검이 수용되지 않을 경우 당 차원의 정권퇴진운동에 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앞서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제기된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단계적 퇴진론’을 밝힌 것이다. 비문진영에선 새누리당 비박계와 비상시국회의 형태로 거국내각을 구성, 개헌을 고리로 정계개편을 모색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국민의당에서도 안 전 대표와 이상돈 의원 등은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반면,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의 대국민담화를 일부 긍정 평가하고 여야 대표 회담의 수용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김회경 기자 herme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