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실장 “朴, 어느 때보다 진실성”
野의원들 앞에서 대통령 감싸기
한광옥 신임 대통령 비서실장이 4일 호된 국회 신고식을 치렀다.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 출신인 그가 15년 만에 박근혜 대통령의 비서실장으로 ‘옷을 갈아입고’ 나타나자 야권 인사들은 싸늘한 시선과 함께 가시 돋친 말을 쏟아냈다.
한 실장의 뒤를 이어 DJ 비서실장을 지낸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로 예방 온 한 실장을 향해 “김대중 대통령 비서실장까지 지낸 분이 국무총리로 갔으면 갔지 박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가는 것이 웬말이냐”고 쓴소리를 날린 뒤 “지금은 정반대에 있으나 우정은 지키며 자기 입장은 입장대로 존중하겠다”고 말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굳은 얼굴로 “평상시 같으면 옛 인연도 말씀 드리고 덕담도 나누고 하겠지만 시국이 시국”이라고 운을 뗀 뒤 곧바로 “김병준 총리 (후보자) 문제는 국회에서 여야가 잘 논의를 해 볼 테니 지명을 철회해줄 것을 (대통령에게) 설득해달라. 그래야 난국을 헤쳐갈 수 있다”고 요구했다. 두 야당 원내대표 예방은 이처럼 냉랭한 분위기 속에 5분 만에 끝났다.
이어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에서는 과거 청와대 근무 경험이 있는 야당 의원들이 “착잡하다”는 말과 함께 한 실장을 향해 박 대통령의 잘못을 따지며 날카로운 공격을 이어갔다. DJ 정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이훈 민주당 의원은 “말단에서나마 저도 김대중 대통령에게서 국민과 싸워 이길 수 있는 권력자는 없다는 것을 배웠다”며 “그러나 박 대통령은 때가 늦었다. 국민은 대통령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하야를 주장했다. 국민의정부 때 청와대 1부속실장이었던 같은 당 김한정 의원은 “저는 청와대, 한 실장은 당에서 애를 썼다”며 “오늘의 대한민국 현실은 참담하다. 대통령이 오늘 고심 어린 말씀을 했지만 국민 반응은 도리어 실망했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 실장은 이날 박 대통령을 방어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그는 “대통령에게 국정 일선에서 물러나라고 건의할 생각이 없느냐”는 김한정 의원의 질문에 “그런 건의를 할 생각이 없다”며 “오늘 대통령께서 하신 고뇌에 찬 말씀은 그 어느 때보다 진실성이 있다”고 감쌌다. 이어 백혜련 민주당 의원이 “모든 참모진이 독대조차 못했다는 것이 현실이다. 대통령이 국정 운영에서 내려오라고 조언해야 한다”고 지적하자, “수석이 독대가 안 된다는 말은 과장이다. 수석들과 소통이 된다”고 반박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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