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이랑은 조금 다르죠.”(전북 현대 김신욱)
“그 때랑 너무 비슷해요.”(FC서울 조찬호)
2013년 12월 1일. 당시 울산 현대 공격수 김신욱(28)은 땅을 쳤고, 포항의
미드필더 조찬호(30)는 춤을 췄다. 1위 울산과 2위 포항의 시즌 최종전. 울산은 비겨도 우승, 포항은 반드시 이겨야 우승이었다. 종료직전까지 0-0이었지만 후반 추가시간 포항 김원일(30)이 거짓말 같은 결승골을 터뜨렸다. 포항은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 역사상 가장 드라마틱한 우승을 차지했다. 김신욱은 그 해 19골을 터뜨리며 득점 2위에 오르는 등 최고의 활약을 펼쳤지만 정작 포항전은 경고누적으로 못 뛰었다. 팀의 패배를 관중석에서 쓸쓸히 지켜봐야 했다. 반면 조찬호는 후반 12분 교체 투입돼 환희를 만끽했다. 올 시즌 상황이 데칼코마니(복사지)를 찍어낸 듯 2013년과 흡사하다.
1위 전북 현대는 6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2위 FC서울과 리그 최종전을 갖는다. 두 팀 승점은 67로 같지만 다 득점에서 5골 앞선 전북은 비겨도 우승, 서울은 무조건 이겨야 우승이다. 장소가 1위 팀 안방이라는 점도 닮았다. 3년 전 포항 사령탑으로 생애 최고의 순간을 경험한 황선홍(48) 감독이 올해 서울 지휘봉을 잡고 다시 역전 우승에 도전한다. 올 시즌 각각 전북, 서울로 이적한 김신욱과 조찬호도 또 한 번 운명의 대결을 펼친다. 설욕을 벼르는 김신욱과 기적의 재현을 꿈꾸는 조찬호를 전화인터뷰 한 뒤 이를 설전 형식으로 재구성했다.
-3년 전이 생각난다.
김신욱 “에이. 그 때랑은 조금 다르다. 그 때 울산은 8년 만에 우승에 도전하는 팀이었지만 전북은 이미 2연속(2014ㆍ2015) 우승했다. 우승 DNA가 풍부한 동료가 많다. 3년 전에는 나는 물론, 하피냐(울산 주축 공격수. 경고누적으로 출전 못함)도 못 뛰었지만 지금 전북은 부상자 한 명 없다. 아! 똑같은 거 하나 있다. 그 때나 지금이나 내 컨디션이 최고라는 사실이다.”
조찬호 “2013년 느낌이 난다. 그 때도 울산이 직전 경기에서 우승을 확정할 수 있었는데 부산에 일격(1-2 패)을 당하는 바람에 마지막까지 왔다. 올해도 우리가 상주와 비기면서(10월 22일, 2-2 무) 우승이 좌절될 줄 알았는데 그날 전북도 울산과 비겨줘서(0-0 무) 찬스가 생긴 것 아닌가.”
-3년 전을 기억해 보면.
김 “너무 아팠다. 정말 아팠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니 상처에 새 살이 돋더라. 나는 결승에서 져본 적이 없다.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2012), 인천아시안게임(2014) 모두 우승했다. 사실상 결승인 이번에도 이길 거다.”
조 “(잠시 회상) 꿈같았다. 다시 그런 경험을 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이렇게 기회가 왔다. 3년 전에도 비겨도 되는 울산이 오히려 쫓기는 경기를 했다. 마찬가지로 전북 선수들이 더 불안할 거다.”
-올 시즌 상대전적은 전북이 월등히 앞선다.(전북 4승1패 우세)
김 “서울도 좋은 팀이지만 전북이 훨씬 강하다는 걸 말해주는 기록이다. 사실 우리는 우승 팀이나 마찬가지 아닌가.(심판 매수 사건으로 승점9 감점 안 당했으면 일찌감치 우승 확정했을 거란 의미)”
조 “그 때도 포항은 울산과 상대전적이 좋지 않았다.(울산 2승1무 우세) 하지만 막판에 6연승하며 기어이 우승했다. 올 시즌 서울도 최근 7경기 무패(6승1무)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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