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이 도로에서 과속을 자주하시니 오늘은 조심하세요.”
초행길을 척척 안내해 주는 내비게이션이 사용자 개개인의 운전습관을 분석하고 정체 구간도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등 점점 더 ‘똑똑한 길안내’로 진화하고 있다. 첨단 기술의 집약체로 불리는 내비게이션은 과연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 것일까?
내비게이션을 이해하려면 위성위치추적시스템(GPS)부터 짚고 넘어가야 한다. 고도 2만6,600㎞ 상공에는 GPS 인공위성 24개가 12시간을 주기로 지구를 돌고 있다. 지구 어느 곳에 있더라도 최소 4개의 GPS 위성과 송수신이 가능하다. 인공위성이 지상 수신기에 신호를 쏘면 이 신호가 도달하는데 걸리는 시간으로 내비게이션의 현재 위치 즉 좌표값(위도 경도 높이)을 얻을 수 있다. 내비게이션에 내장된 전용 칩셋은 GPS가 알아낸 위치 정보를 수신하고 실시간으로 변하는 좌표값으로 이동 방향과 속도, 거리 등을 확인하게 된다. 국내 내비게이션은 국토지리정보원에서 만든 지형도를 디지털 정보로 바꾼 전자지도와 수신한 좌표 정보를 연결해 길 안내를 하는 게 기본적인 작동 원리다. 여기까지는 모든 서비스들이 똑같다.
그러나 같은 출발지와 목적지인데도 업체마다 다른 경로를 추천해 소비자들의 불만을 사기도 한다. 서비스간 차이는 내비게이션에 내장된 소프트웨어의 알고리즘(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명령들로 구성된 일련의 절차)과 전자지도 위에 얹는 부가 정보의 질이 결정한다.
내비게이션 업체들은 전자지도 원본에 각종 ‘도로 네트워크 정보’를 추가한다. 도로정보와 교통정보, OO식당, OO주유소 등 이용자가 찾을 것으로 예상되는 무수한 관심지점(POIㆍPoint of Interest)을 쌓고 쌓아 하나의 전자지도 세트가 된다. 이 세트를 얼마나 촘촘하고 정확하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내비게이션마다 기본 틀에서 차이가 생긴다.
목적지까지 가장 빠른 길을 알려주는 알고리즘은 업체별로 ‘가중치’를 두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김용훈 SK텔레콤 T맵사업팀 매니저는 “‘앞에 불법 주차가 많아 2차로 도로가 사실상 1차로와 다름없다’ 등의 정보들이 가중치로 저장된다”며 “시속 30㎞ 이동한다는 기본 값에서 시속 10㎞를 깎는 가중치를 적용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통상 도로 규정 속도를 기본 값으로 매기지만 이용자들의 이동 데이터가 쌓일수록 보다 정확한 가중치가 추가될 수 있다. 이용자가 많을수록 안내도 더 정확해지는 이유다. 가입자를 늘려 가중치를 줄 만한 정보를 최대한 많이 확보해야 수많은 경우의 수 중 최적의 경로를 골라낼 수 있다. SK텔레콤이 7월 T맵을 무료 개방한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내비게이션은 나아가 기계학습(머신러닝ㆍ컴퓨터가 정보를 반복 수집하며 스스로 학습하도록 한 것)으로 정확성을 높여가고 있다. 이용자에게 알려준 경로와 이 경로대로 간 이용자가 실제로 걸린 시간을 비교한 뒤 이를 반영, 시스템 스스로 예측률을 높이도록 한 것이다. 김 매니저는 “내비게이션은 일기예보와 같다”며 “슈퍼컴퓨터가 지금까지 저장된 변수들을 계산하는 알고리즘으로 날씨를 예측하고 실제 비교 후 다시 조정하듯 T맵도 14년간 쌓은 빅데이터를 최대한 끌어 모아 예측 정보의 질을 높여가고 있다”고 말했다.
종종 실시간 위치 정보를 30초 단위로 서버에 저장하고 가중치를 반영하는 대규모 업데이트를 하는 과정에서 시스템이 불안정한 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최근 T맵 이용자들 사이에선 잘못된 길안내를 제공한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그 사이 월 평균 사용자 200여만명을 확보하고 있던 김기사를 인수하고 카카오택시와도 연동시킨 카카오내비가 이용자를 230만명까지 늘리는 반사효과를 보기도 했다. 1위 T맵은 650여만명, 3위 KT내비는 228만여명의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다. 내비게이션 업계 관계자는 “빅데이터, 머신러닝 등 최첨단 기술을 적용하는 서비스 고도화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때때로 서비스 불안정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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