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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르ㆍK, 퇴임 이후 대비해 만들었다면 포괄적 뇌물죄 적용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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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르ㆍK, 퇴임 이후 대비해 만들었다면 포괄적 뇌물죄 적용 가능

입력
2016.11.04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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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총수들 불러 면담 정황

재단 설립 ‘몸통’으로 드러나면

직권남용죄 주범에 해당

청와대문건 열람한 최순실 국정 개입

이권 취득 과정 철저한 규명 필요

박근혜 대통령이 4일 “검찰 조사에 임하겠다”고 밝히면서 ‘비선실세’ 최순실(60ㆍ구속)씨의 국정농단 의혹을 수사하던 검찰의 칼끝은 이제 ‘국정 최고책임자’를 정면으로 겨누게 됐다. 검찰은 이미 안종범(57)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게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 미르ㆍK스포츠재단의 ‘강제 모금’이 사실임을 분명히 했다. 대통령이 이에 얼마만큼 관여했느냐에 따라 박 대통령이 몸통으로 밝혀질지, 안 전 수석과 최씨의 범죄로 그칠지 사건의 전모가 드러난다.

4일 오전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 방송이 방영되고 있는 광화문 광장을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ssshin@hankookilbo.com
4일 오전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 방송이 방영되고 있는 광화문 광장을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ssshin@hankookilbo.com

‘강제모금’ 지시했다면 직권남용 주범

박 대통령 조사의 핵심은 미르ㆍK스포츠의 출연금 강제모금에 얼마나 관여했느냐는 점이다. 검찰은 국내 대기업 16곳이 두 재단에 무려 774억원의 출연금을 낸 데에 사실상 안 전 수석과 최씨의 ‘강요’가 작용했다고 보고 있다. 기업들에게 내야 할 의무도 없는 돈을 내도록 강요했다는 점에서 두 사람에게 직권남용 혐의가 적용됐다. 과연 이 강제모금의 꼭대기에 박 대통령이 있었는지 여부가 검찰이 밝혀야 할 최우선 과제다.

최근 검찰은 박 대통령이 ‘직접’ 나선 정황을 포착했다. 미르재단 설립 3개월 전인 지난해 7월 24일과 25일, 박 대통령은 국내 대기업 총수 7명과 청와대 등에서 비공개 간담회 또는 독대를 갖고 “재단 모금에 협조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최근 청와대 관계자들에 대한 압수수색에서 이를 뒷받침하는 자료들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이 강제모금을 이렇게 진두지휘한 게 사실이라면, 적용 가능한 혐의는 두 가지로 압축된다. 먼저 직권남용 혐의를 받는 안 전 수석, 최씨와 공모관계가 성립될 수 있는데, 이 경우 박 대통령이 주범이 되어 안 전 수석 등은 종범으로 가벌성이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

박 대통령이 대국민담화에서 “국가 경제와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바람에서 추진된 일”이라고 언급한 것처럼 ‘순수한 참여를 부탁했을 뿐’이라고 방어할 수 있다. 안 전 수석 역시 “박 대통령 지시에 따라 재단 현안을 수시로 챙겨 보고했다”는 취지로 진술하면서도 문화융성 취지에 따른 적법한 공무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안 전 수석 등의 행위를 범죄라고 본 검찰의 결론을 뒤집기는 어려워 보인다.

퇴임 후 대비한 재단 맞다면 뇌물죄

포괄적 뇌물죄(제3자 뇌물죄 포함)로 봐야 한다는 견해도 적지 않다. 검찰은 “법리적으로 뇌물죄 구성은 어렵다”고 밝혔으나, 기업별 출연금의 성격을 하나하나 따져보면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다. 지금까지 검찰이 불러 조사한 대기업은 롯데와 SK, 삼성 등 3곳뿐인데 추가 조사를 하면 기업 관계자들로부터 수억~수십억원을 내게 된 경위나 이유와 관련해 어떤 진술이 나올지 장담할 수 없다. 특히 재단의 실체가 ‘대통령 퇴임 후를 대비해 비선실세인 최씨가 주도해 만든 것’으로 파악되면 출연금의 성격은 더욱 뇌물에 가까워진다. 대법원 판례상 뇌물죄는 구체적 청탁이 없다 해도 금품의 직무관련성만 입증되면 되기 때문에, 국정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대통령에겐 폭넓게 적용될 수 있다.

다만, 이렇게 되면 기금을 낸 기업들한테도 뇌물공여죄를 물어야 해 파장이 더욱 커질 수 있다. 안 전 수석이나 최씨 또한 뇌물수수의 공범이 되어 직권남용 혐의(징역 5년 이하) 때보다 형량이 훨씬 높아진다. 한 검찰 간부는 “직권남용 혐의로 수사하면 ‘피해자’에 해당하는 기업들로부터 수월하게 협조를 이끌어낼 수 있지만, 뇌물죄를 적용하면 기업들도 입을 닫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순실에 靑 문서 넘겨라” 지시 여부도 밝혀야

청와대 내부 문서가 최씨에게 흘러 들어간 경위도 명확히 규명돼야 한다. 앞서 박 대통령은 1차 대국민 사과에서 “최씨로부터 연설문, 선거 홍보 등과 관련해 도움을 받은 것은 맞다”고 사실관계 일부를 인정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누구에게 ‘문서 전달’을 지시했는지, 정확한 유출 경로가 어땠는지 등은 여전히 베일에 가려 있다. 전날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체포됐다는 점에서 그의 관여 사실만큼은 분명해 보이지만, 박 대통령에 밝히는 사실관계에 따라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들로 수사를 확대할 가능성도 있다.

최씨의 국정농단이 어느 정도였는지에 대한 수사도 불가피하다. 대통령 연설문을 수정한 흔적이 이미 공개된 가운데, 최씨가 청와대의 각종 문서들을 열람하는 ‘불법적 특혜’를 누리면서 정부 인사에 개입했는지, 정책수립 과정에 관여해 이권을 챙겼는지 등이 수사 초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선 최씨에게 전달된 청와대 문서의 규모나 범위, 박 대통령의 인지 여부, “청와대 체제 정비 후 그만두었다”는 박 대통령 해명의 진위 등도 조사 대상이다.

아울러 검찰 주변에선 ▦최씨가 청와대를 검문절차 없이 자유롭게 출입했다는 의혹 ▦대통령 의상 결정 과정에의 개입 및 옷값 출처 등도 확실히 밝혀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박 대통령은 형식적으로는 참고인 신분이겠지만, 실질적으로는 피의자 조사를 받게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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