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4일 ‘최순실 국정농단’의혹과 관련해 직접 검찰 수사를 받겠다고 밝혀 헌정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 수사가 이뤄지게 됐다. 이번 사건이 불거진 이후 박 대통령은 줄곧 사실상 의혹의 ‘몸통’이라는 의심을 받아 왔다. 검찰 수사와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이미 박 대통령이 빠진 채로는 완성될 수 없는 사건 구조라는 게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국정마비 사태를 몰고 온 희대의 사건인 만큼 실체적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는 당위성이 뚜렷하다. 박 대통령 수사를 맡은 검찰의 어깨가 그만큼 무거울 수밖에 없다.
박 대통령에게 제기되는 의혹은 미르ㆍK스포츠재단의 기금 모금과 청와대 내부 기밀이 최씨에게 전달된 과정에서의 역할이다. 검찰은 최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정책조정수석에게 대기업들에 압력을 행사해 돈을 뜯어낸 직권남용의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그런데 안 전 수석은 검찰에서 “박 대통령 지시를 받아서 했다”는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박 대통령이 지난해 7월 대기업 총수 7명을 독대한 사실이 청와대 업무기록을 통해 확인됐다. 만약 박 대통령이 최씨 부탁을 받고 안 전 수석에게 기금 모금을 지시하고, 대기업 총수들에게 모금을 종용한 사실이 드러나면 직권남용의 주된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없다.
검찰이 풀어야 할 또 하나의 의문은 청와대 문건 유출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대국민사과에서 “최씨에게 연설문 작성 등의 도움을 받았다”고 시인했다. 검찰이 지난 3일 밤 문건 다수를 최씨에게 건넨 혐의로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을 전격 체포한 것은 증거가 확보됐음을 시사한다. 박 대통령이 직접 문건 유출을 정 전 비서관에게 지시한 사실이 확인되면 공무상 비밀 누설과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등이 적용될 수 있다.
헌법 84조에 따라 현직 대통령에 대한 형사소추는 불가능하지만 퇴임 후에는 기소가 가능하다. 따라서 그때의 상황에 대비해 법률 위반 여부를 명확히 밝혀내야 할 책임이 검찰에 있다. 당초 검찰은 수사 시작 때부터 “대통령은 수사 대상이 아니다”며 선을 그었다. 그러다가 여론의 질타가 쏟아지자 갑자기“조사 자체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고 말을 바꿨다. 검찰이 여전히 권력의 눈치보기를 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첫 수사는 우리 헌정사와 검찰사에 오래도록 남게 된다. 행여 형식적 수사 절차와 조사로 적당히 넘어가려다가는 두고두고 오욕의 굴레를 쓰게 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검찰은 지금 역사 앞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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