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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귀열 영어] Scandal and Gossip

입력
2016.11.04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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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Scandal 단어를 googling해 보면 미국 ABC방송의 프로그램 ‘Scandal’이 검색되고 그 다음 South Korea Presidential Scandal이 가장 많이 나온다. 사전에서는 scandal을 ‘추문, 수치, 불명예’ 정도로 소개하지만 일반적으로는 남녀 사이에 벌어진 비도덕적인 추문을 먼저 떠올린다. 미혼의 여성 대통령이 선출됐던 우리의 경우 현재의 scandal이 남자 문제가 아니라 부정부패라는 사실에 세계인들은 놀라는 듯하다.

국제 뉴스를 장식한 핵심 표현 중에는 ‘Choi was acting as a kind of shadow president and making money from it’같은 설명이 있다. 최순실이 그림자 대통령 행세를 하여 돈을 벌었다는 기사는 그리 놀랍게 들리지도 않는다. 그런데 좀더 자세히 보면 ‘Political scandals are a dime a dozen in Korea’ 문장이 나오는데 정치적 추문이 일상인 나라라는 Washington Post의 기사는 한국이 부정부패 지수가 높은 나라라는 세계인의 인식을 확인해주는 불명예스런 문장이다. CNN News는 ‘Who are the Chois?’라는 소제목으로 최씨 가문의 내력을 자세히 소개했다. BBC는 최순실이 박근혜 대통령의 과거 mentor였던 최태민의 딸이라고 했다. 이것들은 현대화된 한국에서 대통령이 무당(shamanism)에 현혹되어 몸도 마음도 빼았겼다는 얘기로 확대된다. 전통 종교도 아닌 무당에 휩쓸려 국정을 농락했다는 뉴스가 세상 사람들의 gossip 거리가 된 것이다.

한 가지 신기한 것은 외국 신문에 없는데 한국 신문에는 ‘가십란’이 있어 특히 정치인의 일거수일투족이 뉴스 아닌 뉴스거리가 되고 심지어 사생활이나 사소한 얘기마저 지면에 실린다. 옆집에 숟가락이 몇이나 있는지 알고 싶어하는 우리 국민성과 무관치 않기에 이런 가십란이 사라지지 않는지도 모른다. Yellow Journalism의 삼류 잡지에서나 다루는 유명인의 뒷얘기(Celebrity News and Gossip)가 뉴스거리가 되는 것은 다른 나라에서는 흔치 않은 일이다. 그런데 정작 일부 독자는 이러한 가십란(Daily Gossip)부터 읽는다고 한다.

사실, 가십(gossip)이란 말은 본래 그리 나쁜 뜻이 아니었다. Gossip은 앵글로 색슨어 godsibb(=god-relative)에서 유래했다. 고어로 쓰일 때는 ‘신을 믿는 식구’(kindred in God)들이었고 ‘신자끼리의 관계’를 말했다. 셰익스피어 때부터는 ‘말동무, 얘기 나누는 상대’(crony, idle chatterer)의 뜻으로 발전했다. 세례 받는 교회 모임에서 대모(godmothers)들은 새로운 신자들이 세례를 받는 동안 이런 저런 얘기를 조용히 나누게 되었고 이것이 잡담(雜談), 사담(私談)의 의미로 쓰이게 된 것이라고 한다. 서로 알고 아끼는 사람에 대한 조용한 얘기가 현대인들이 즐기는 남의 뒷얘기로 발전한 것은 사뭇 다른 느낌을 준다.

Scandal은 사회적 규범(social norm)에 벗어난 행동에 대해 그 사회가 지탄하는 것이지만 gossip은 남의 뒷말이나 소문에 그친 말이다. 그런데 이번 사태의 대통령과 최씨 가족 이야기는 처음에는 gossip거리였다가 이제 와서 사실로 판명된 political scandal이라는 점이 다르다. 앞으로 한국에서는 gossip도 귀담아 들어야 할지도 모른다. 국가별 부패 지수를 보면 세계 167개 국가 중 한국은 37위 수준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경제 규모는 11위권이라고 자위하지만 도덕이나 윤리 면에서는 이를 따르지 못하고 있음을 말해 준다. 차라리 개인적 남녀 관계의 scandal이었다면 이처럼 떨어진 국격에 허탈해 하지는 않았을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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