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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은 토종 동물들의 소중함을 알리는 호주 동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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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은 토종 동물들의 소중함을 알리는 호주 동물원

입력
2016.11.04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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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에는 토종 동물들의 소중함을 알리고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는 곳들이 많다. 호주 멜버른 힐스빌생추어리에서 코알라 '누지'가 구조된 후 치료를 받고 건강을 되찾았다.
호주에는 토종 동물들의 소중함을 알리고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는 곳들이 많다. 호주 멜버른 힐스빌생추어리에서 코알라 '누지'가 구조된 후 치료를 받고 건강을 되찾았다.

호주가 오래 전 다른 대륙과 떨어지면서, 이곳에 사는 동물들은 독립적으로 진화할 수 있었다. 유칼립투스를 먹고 하루 20시간을 자는 코알라, 조류처럼 알을 낳지만 포유류처럼 젖을 먹이는 오리너구리 등 호주의 동물들은 마치 외계 생명체 같다. 호주에는 이 특별한 동물들을 알리고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는 곳이 많다. 이 중 빅토리아주 멜버른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힐스빌생추어리는 우리나라에는 없는 ‘토종 동물만을 위한 동물원’이다. 사육 상태에서 처음으로 오리너구리를 번식시킨 것으로 유명하다.

힐스빌생추어리가 속한 빅토리아주의 비영리단체 ‘주-빅토리아(Zoo Victoria)’는 ‘동물원을 기반으로 한 보전기관’이다. ‘멸종과 싸운다(Fight for Extinction)’는 슬로건을 내 걸고 보전활동을 한다. 멸종위기 종 중 20종을 우선순위로 정해 매년 보전 프로그램에 3,500만 달러를 투자하고, 이 중 15종을 사육 상태에서 번식해 지금까지 6종을 자연으로 돌려보냈다.

동물을 구조한 사례를 설명하는 모형이 전시되어 있다.
동물을 구조한 사례를 설명하는 모형이 전시되어 있다.

이 단체가 운영하는 동물원은 세 곳이다. 호주에서 가장 오래되고 세계의 다양한 동물이 있는 멜버른 동물원(Melbourne Zoo), 사파리 형식인 워리비 오픈 래인지 동물원(Werribee Open Range Zoo), 그리고 마지막이 힐스빌 생추어리(Healesville Sanctuary)다.

오래 전부터 힐스빌 지역 주민들은 토종 생태계 보호구역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콜린맥켄지 박사(Dr Colin MacKenzie)는 1920년 힐스빌에 해부연구기관을 세웠고, 의회가 직접 나서 그 지역에 지금의 힐스빌생추어리를 만들었다. 어느 곳이나 개발을 위한 자연파괴가 한창이던 그 시절부터 토종 생태계를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던 사람들의 선견지명이 참으로 놀라웠다.

힐스빌생추어리 동물병원은 교육을 위해 입원실 일부를 제외하고 수술실, 처치실, 연구실 등 모든 공간을 개방하고 있다.
힐스빌생추어리 동물병원은 교육을 위해 입원실 일부를 제외하고 수술실, 처치실, 연구실 등 모든 공간을 개방하고 있다.

해부연구기관에서 시작한 이력 때문인지 힐스빌생추어리의 동물병원은 매우 특별했다. 11년 전, 수의사 데이비드 미들턴(David Middleton)은 동물병원을 전면 개방했다. 교육을 위해 내린 결정이었다. 안정을 위한 입원실 일부를 제외하고 수술실, 처치실, 연구실 등 모든 공간을 유리를 통해 볼 수 있었다.

들어가자마자 중앙에는 아이들을 위한 ‘수의사 되어보기’ 교육 공간이 있다. 수의사나 사육사 옷을 입고 엑스레이를 찍고 주사를 놓는 등 동물을 보살피는 체험을 해볼 수 있었다. 그리고 곳곳에 동물 별 먹이, 둥지, 구조 도구, 방생 후 추적 장치 등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전시했다.

동물병원에는 아이들이 수의사를 체험해볼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동물병원에는 아이들이 수의사를 체험해볼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치료실에서는 앵무새 한 마리를 치료하고 있었는데, 앵무새가 누워있는 곳 바로 위에 있는 카메라를 통해 치료 장면을 화면으로 볼 수 있었다. 정해진 시간이 되자 한 간호사가 나와 하고 있는 일을 설명했다. 동물원 동물뿐 아니라 매년 2,000마리 정도의 야생동물을 치료하는데, 대부분 차에 치이거나 개에게 물려서 오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회복한 동물은 방사 전 적응 공간에서 훈련 후 야생으로 돌려보낸다.

간호사가 앵무새를 치료하는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간호사가 앵무새를 치료하는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일하는 도중에 설명하러 나오는 게 번거롭지 않느냐 물으니, 치료도 중요하지만 이렇게 관람객들에게 설명하는 일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대답했다. 한 마리를 치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간과 야생동물의 관계에 대해 제대로 알리는 일 또한 의미 있는 일이라는 말이 매우 반가웠다. 야생동물 보전을 위해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깨닫는 계기였다.

다행히 힐스빌은 지역주민들에 의해 생태계 보전을 위한 곳으로 남아 호주 동물들의 소중함을 알리고 있다. 1930년대 호주에서 멸종한 태즈매니아 늑대와 같은 일이 다시는 생기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 아닐까. 자연스레 우리나라에 사는 동물들이 생각났다. 한국은 멸종위기종인 산양, 담비의 서식지이며 철새들의 중요한 중간 기착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양의 터전인 설악산에 케이블카를 만들고, 담비의 먹이터인 가리왕산의 나무를 베고, 철새들의 쉼터인 흑산도에 공항을 세우려 한다. 우리나라에 살던 호랑이와 표범이 걸어간 죽음의 길을 아직 남아있는 야생동물들이 따라 가야 할 처지에 놓였다.

호주의 멸종위기종인 딩고가 힐스빌생추어리에서 치료를 받고 휴식을 취하고 있다.
호주의 멸종위기종인 딩고가 힐스빌생추어리에서 치료를 받고 휴식을 취하고 있다.

글·사진=양효진 수의사.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서울동물원 동물큐레이터로 일하고, 오래 전부터 꿈꾸던 ‘전 세계 동물 만나기 프로젝트’를 이루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고 여행을 시작했다. 동물원, 자연사박물관, 자연보호구역, 수족관, 농장 등을 돌아다니며 이야기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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