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컵스가 108년 만에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면서 팬들이 기념품 확보 경쟁에 나서 관련 업계가 대호황을 맞고 있다.
2일(이하 현지시간) 컵스 대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월드시리즈 7차전이 우천으로 인한 지연과 10회 연장까지 가면서 경기가 종료된 시간은 시카고 시간 오후 11시50분. 그러나 ‘월드시리즈 챔피언’ 문구가 새겨진 컵스 기념 상품을 먼저 확보하려는 일부 열성 팬들은 밤잠을 잊고 스포츠 전문 매장을 찾아나서 밤새 긴 줄을 늘어섰다.
3일 시카고 트리뷴에 따르면 시카고 북서교외도시 나일스의 스포츠 전문매장 ‘딕스’(Dick's) 앞은 오전 7시부터 북새통이었다. 매장을 찾은 컵스팬 데니스 디콕(69)은 “가족 결혼식이 있어 필라델피아에 가는 길인데, 공항에 가기 전 컵스 기념품을 사려고 단 3시간 눈을 붙인 후 나왔다”고 말했다.
컵스 홈구장인 리글리필드 소매점 ‘스포츠 월드 시카고’에는 경기 종료 후 기념품을 구입하려는 고객이 한꺼번에 몰려들어 20명씩 입장을 제한해야 했다. 결국 경찰이 인파 분산을 위해 새벽 3시쯤 영업을 중단하도록 권고했다. 일부 업소는 미리 준비해둔 상품이 동나 문을 닫았다가 3일 오전 영업을 재개하기도 했다.
가장 먼저 동이 난 상품은 컵스 선수들이 우승 확정과 함께 꺼내 쓴 월드시리즈 챔피언 기념 모자로, 소매가 31.99달러다. MLB 지정 기념품 생산업체들은 컵스 우승이 확정된 직후부터 인력을 풀 가동, 제품 공급에 주력하고 있다. MLB 공식 티셔츠 제작업체 중 한 곳인 ‘엑셀’은 시간당 2,500개를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들은 “11월에 크리스마스를 맞은 듯 하다”며 컵스 우승으로 인해 이달 수익이 최소 20% 이상 늘 것으로 기대했다.
시카고 신문사들은 컵스 우승 소식을 담은 3일자 조간이 품절 현상을 빚어 거듭 추가 인쇄하기도 했다. 시카고 유력 신문 트리뷴은 최근 30만부씩 찍던 조간을 이날은 70만부나 찍었으나 108년 만의 월드시리즈 우승 소식이 담긴 신문을 기념으로 간직하려는 컵스팬들이 앞다투어 신문을 사 챙기면서 이날 오후 급히 30만부를 추가 인쇄했다. 트리뷴 경쟁지인 선타임스도 평소보다 8배 많은 총 60만 부를 발행했으며, 로컬뉴스 전문 데일리 헤럴드 지도 평소보다 10배 많은 신문을 찍었다고 밝혔다.
성환희 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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