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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미래를 생각할 때

입력
2016.11.04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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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다른 동물과 다른 점은 무얼까. 이성적 생각을 하고 도구를 사용한다는 점, 집단을 이루고 무형의 가치를 만든다는 점, 언어와 상징체계를 사용한다는 점 등을 들 수 있다. 또한 현재에는 존재하지 않지만 가상의 것을 생각하고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것도 인간의 고유능력 중 하나다. 존재하지 않는 것을 상상하는 인간은 오지 않은 시간, 즉 미래에 대해서도 관심을 두고 생각할 수 있는 유일한 생명체다. 다른 동물은 미래를 생각하거나 미래에 대한 계획을 갖고 살지는 않는다.

‘개미’ ‘타나토노트’ 등의 소설로 유명한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상상력 사전’이라는 책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다. 동물은 현재와 과거 속에서 살지만 인간은 앞으로 일어날 일을 예측하는 존재라고 말이다. 그 시작은 신석기시대 농경을 시작하면서부터일 것이다. 오랜 옛날 인류의 조상은 다른 동물과 별 차이가 없었다. 매일 먹을 것을 구하고 하루하루 연명해야 했던 미미한 존재였다. 농사짓는 법을 발견하면서 인간의 운명은 근본적으로 바뀌었다. 정착생활이 시작되고 비농경인이 모여 사는 도시를 만드는 등 인류사회의 획기적 발전이 이뤄졌다. 중요한 것은 인간이 우연에 의존하는 수렵과 채집을 버리고, 미래의 수확을 예상하며 씨를 뿌리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미래에 대한 의식이 생겨난 것이다. 그러면서 언어 발전도 두드러졌다. ‘만약에 ~라면’이라는 가정법을 사용하는 인간의 언어는 허구나 미래에 대해 상상하는 인간의식의 산물이다. 미래인식과 예측에 과학성을 부여해준 것은 과학기술이었다.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이행하는 근대는 과학기술에 대한 믿음에서 시작됐다. 중세에는 신에 대한 믿음이 지배했고 신의 섭리에 의해 미래가 결정된다고 믿었다. 그런데 과학기술은 인간의 바람과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주면서 진정한 의미에서 만물의 영장이 될 수 있게 해주었다. 주술적 예언과 종교적 믿음은 과학적 데이터와 객관적 예측으로 대체됐다. 인간은 자기운명의 주인이고 스스로 미래를 변화시킬 수 있는 존재라는 믿음이 싹텄다. 미래를 준비하고 계획하는 것은 신의 영역이 아니라 인간의 영역이 된 것이다. 중세의 미래예측과 현대의 미래예측의 차이는 여기에 있다. 전자가 노스트라다무스식의 선지자적 예언이라면 후자는 데이터와 추세 분석, 미래 시나리오나 시뮬레이션을 통해 이루어진다. 오늘날의 미래예측은 주술이나 종교가 아니라 과학에 가깝다.

온 사회가 시끄럽다. 양파껍질처럼 계속 나오는 비선실세 의혹에 국민은 참담한 심경이다. 국정의 미래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불투명하다. 이번 게이트의 블랙홀이 가상현실(VR) 콘텐츠 같은 미래 산업이나 스타트업 지원까지도 삼켜버릴 수 있어 우려스럽다. 사회가 혼란스러울 때 사람들은 미래가 안 보인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럴 때일수록 미래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고 고민해야 한다. 과거, 현재가 암울하다고 개탄만 해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어두웠던 과거, 부조리한 현재를 규탄하고 바로 잡으려는 것도 결국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다. 아무리 해도 과거와 현재는 바뀌지 않는다. 우리가 바꿀 수 있고 바꿔야 하는 것은 미래뿐이다. 과거와 현재를 이야기하면서도 우리의 눈은 미래를 보고 있어야 한다. 근대사회 태동 후 사회를 변화시켜온 동인은 과학기술이었다. 미래 변화도 주술이나 종교가 아니라 과학기술을 통해 이루어진다. 기계의 발명은 인류의 삶을 변화시켜왔고, 이제 우리는 인간처럼 생각하는 인공지능을 만드는 첨단기술시대를 살고 있다.

모두가 국정 난맥상에만 관심을 두고 매달릴 때도 과학자나 전문가 집단은 묵묵히 인공지능이나 제4차 산업혁명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고 준비해야 한다. 국정의 미래는 중요하며 우선은 정치를 바로 세워야 한다. 하지만 과학기술의 미래는 그 이상으로 중요하다는 것도 함께 깨달아야 한다.

최연구 한국과학창의재단 연수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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