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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의 시] 이혜미 ‘반려식물이 눈 뜨는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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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의 시] 이혜미 ‘반려식물이 눈 뜨는 저녁’

입력
2016.11.04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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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의 구멍마다 잎이 돋아나 숨이 헝클어졌다

기형의 잎사귀를 드리운 채 만월을 기다리니

물관 속을 흐르던 액체들 일제히 부풀어 올라

눈동자가 많아지고 무수한 입술들이 열렸다

저녁의 숙주가 되어 불길한 그림자를 풀어놓을 때

손발이 틀어진 자리에서 뿌리가 흘러나오는가

밤에 태어난 자는 제 몫의 어둠이 많다는 말

서쪽을 보며 피어나고 땅을 보며 숨을 거두니

독 있는 자 마음껏 아름다우라

흰 피를 조용히 흘리며 몰일(沒日)을 기다리는 밤이었다

-이혜미 ‘반려식물이 눈 뜨는 저녁’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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