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속충전기 10시간 내 충전’ 기준
테슬라 사려면 1억원 안팎 다 내야
中 비야디도 국내 진출 보류
정부가 2020년까지 전기차를 25만대(누적 판매)까지 늘리겠다는 목표지만 실제로는 시대에 뒤떨어진 낡은 전기차 보조금 규제로 전기차 산업의 발전을 가로 막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테슬라의 전기차도 우리나라 규정으론 최대 2,200만원의 보조금 가운데 단 한 푼도 받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소비자 선택의 폭도 제한되고 있다.
3일 환경부와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는 최근 국내 1호 판매 차량인 모델 S90D의 배출가스 및 소음 관련 인증 시험을 모두 마치고 그 결과를 환경부에 제출했다. 국토교통부의 자동차 제작자 등록까지 마무리되면 이르면 연말 국내 판매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테슬라는 최대 2,200만원에 달하는 국내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받을 수 없게 됐다. 환경부의 전기차 구매 보조금 지급 기준인 ‘전기자동차 보급대상 평가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전기자동차는 1시간에 7kW를 충전하는 완속 충전기로 10시간 안에 완충돼야 한다. 이 기준을 충족하려면 이론적으로 배터리 용량이 70kW 이내여야 하는데 모델 S90D의 배터리 용량은 90kWh다. 충전 시간도 13시간이나 된다. 보조금을 받지 못하는 모델 S90D의 가격은 1억원 안팎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전기차 보조금 지급 규정은 4년 전인 2012년 3월에 제정됐다. 전기차 개발 초기충전 능력이 떨어지는 전기차를 걸러 내기 위해 최소 10시간 내 완충이 가능해야 한다는 기준을 정한 것이다. 그러나 지난 4년간 전기차 주행거리가 늘어나고 배터리 성능도 크게 향상됐음에도 규정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
세계 최대 전기차 업체인 중국의 비야디(BYD)도 올초 전기차 ‘e6 400’으로 한국 시장 진출을 시도했다 보조금 지급 기준에 막혀 결국 진출을 보류했다. e6 400은 주행거리가 300㎞가 넘지만 배터리 용량이 80kWh로 완속 충전에 12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배터리 용량이 커짐에 따라 기준을 완화해 달라는 의견이 있지만 현재까지 관련 기준 개정을 검토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규제가 개선되지 않을 경우 성능이 뛰어난 미래의 전기차들은 대부분 보조금을 받을 수 없게 된다는 데 있다. 성능이 떨어지는 전기차는 보조금을 받는데 더 뛰어난 차는 오히려 보조금을 못 받는 상황이 생긴다.
현대차의 아이오닉 일렉트릭(191㎞ㆍ배터리 용량 28kWh)은 현 규정으로도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국내외 완성차 업체는 대부분 2,3년 내 주행거리 400㎞를 달릴 수 있는 전기차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주행거리를 늘리기 위해 배터리 용량이 늘어나는 것은 필연”이라며 “400㎞ 넘게 달리려면 배터리 용량이 최소 80kwh는 넘어야 하는데 현재 기준으로는 모두 보조금을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김대환 국제전기차엑스포 조직위원장은 “앞으로 주행 거리가 긴 전기차들이 대거 등장, 시장의 판세가 바뀔 것”이라며 “중국처럼 주행거리가 길수록 보조금을 더 많이 지급하는 인센티브 방식으로 바꿔 공정한 경쟁을 펼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준호 기자 junho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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