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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돌아온 채동욱

입력
2016.11.0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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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동욱 전 검찰총장은 2013년 박근혜 대통령의 역린을 건드렸다 낙마한 후 은둔 생활을 해왔다. 지방에서 월세 40만 원짜리 방을 얻어 혼자 지내면서 그림을 배우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분노를 삭이고 마음을 다스리는 일종의 ‘그림 치료’라는 해석이 나왔다. 그런 그가 3년여 만에 공개 석상에 모습을 나타냈다. 2일 한겨레TV ‘김어준의 파파이스’ 녹화에 출연한 그는 “눈치가 없어서 법대로 하다가 잘렸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 검찰의 최순실 수사와 관련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최재경 신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해 “수사능력이 탁월한 검사지만 주변의 여러 인연에서 자유롭게 잘할 수 있을까 걱정된다”고 했다. 이명박 후보의 BBK사건 무혐의 결정 등에서 보인 ‘정치검사’로서의 면모와 여권 인사들과의 특수한 인연을 염두에 둔 평가다. 정치권에선 박 대통령이 최 수석을 비서실장보다 먼저 서둘러 임명한 의도에 주목한다. 검찰의 칼이 최종적으로 대통령을 향할 수밖에 없다고 보고 특별수사 경험이 많고 검찰 내부의 신망도 두터운 그를 발탁했다는 분석이다. 이 말대로라면 박 대통령은 돈 안들이고 최고의 ‘전관변호사’를 선임한 셈이다.

▦ 채 전 총장은 검찰의 권력 굴종을 인사권 때문이라고 봤다. “말 잘 들으면 승진시키고 안 들으면 물 먹이고, 그러다 검찰총장까지 탈탈 털어 몰아냈다”고 말했다. 실제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을 밝혀내려 한 그와 윤석열 검사는 쫓겨난 반면 권력 핵심과 친한 우병우와 진경준 전 검사장은 돈도 벌고 승진도 했다. 게다가 직급이 올라갈수록 자리가 급속히 줄어드는 피라미드 관료 조직에서는 아무래도 욕심 많고 출세욕 강한 이들이 살아남을 가능성이 많다. 여태껏 청와대 눈치를 보며 미적거리다 정권이 흔들리는 조짐이 뚜렷해지자 뒤늦게 달려드는 동물적인 감각을 가진 게 검찰이다.

▦ 권력 균열이 일어나는 시점에 채 전 총장이 등장한 것은 상징적이다. 그는 박근혜 정부의 정통성과 직결된 지난 대선에서의 국정원 개입 내막을 가장 잘 아는 인물이다. 현 정권의 비리와 치부에 관한 정보도 알고 있을 개연성이 높다. 상황에 따라서는 부정선거 논란이 재점화 되거나 정권의 은밀한 얘기가 터져나올 수도 있다. 막다른 길에 놓인 박 대통령에게 결정타를 날리는 것은 아닌지 그의 입에 관심이 쏠리지 않을 수 없다.

이충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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