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승마협회가 최순실(60ㆍ최서원으로 개명)씨 딸 정유라(20)씨를 위해 국가대표 선발 규정까지 개정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이를 뒷받침하는 승마협회 전직 임원의 증언이 나왔다.
이광종 전 승마협회 감사는 3일 본보와 통화에서 “세계선수권에 참가만 하면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선발전에 나설 필요도 없이 국가대표가 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이 작년 8월 바뀌었다. 특정인을 위한 꼼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전 감사는 승마계에 잔뼈가 굵은 인물로 작년 1월까지 승마협회 감사를 지냈다.
승마협회 국가대표 선수 선발규정 제17조 1항에는 ‘아시아경기대회가 개최되는 연도의 세계선수권대회 마장마술 참가자격을 획득한 선수ㆍ말을 선발하며 세계선수권대회 마장마술 단체전에 4명의 선수ㆍ말이 참가하면 아시아경기대회를 위한 별도의 선발전이 개최되지 않는다’고 나와있다. 세계선수권에 출전만 해도 별도 선발전 없이 국가대표에 뽑힐 수 있다는 말이다. 이 규정은 작년 8월 17일 개정됐는데 그 전까지는 선발전을 3번 실시하고 이 성적의 합계로 국가대표를 뽑은 것으로 전해졌다. 해외에 머물고 있는 정 씨가 국내 선발전에 출전하지 않아도 태극마크를 달 수 있도록 특혜를 준 것이 아닌지 의심 가는 대목이다.
이 전 감사는 “세계선수권은 일정 기준만 통과하면 큰 어려움 없이 누구나 나갈 수 있는 대회다. 세계선수권에서 좋은 성적을 냈다면 모를까, 참가만으로 국가대표 자격을 주는 게 말이 되나. 또 개정을 했으면 정식으로 공지를 해서 모든 선수들이 알게끔 해야 하는데 그러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국가대표 선발 규정을 개정하려면 승마협회 이사회를 거쳐야 한다. 이 전 감사는 “삼성그룹이 작년 초 회장사가 된 뒤 협회를 장악했다. 이들과 어용 이사들이 작당해서 이사회를 통과했다”고 꼬집었다.
승마협회는 이 과정에서 상급단체인 대한체육회 규정도 어겼다.
체육회는 ‘경기단체의 국가대표 선발 규정의 개정은 규정 제ㆍ개정 후 최소 1년 이상 경과 후에 개정할 수 있으며 만약 특별한 사유가 발생하여 1년 이내에 제ㆍ개정이 필요할 경우 반드시 사전에 체육회 승인을 득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규정 개정의 남발을 막자는 취지다.
승마협회는 작년 8월(7차 개정)에 앞서 그 해 2월(6차 개정)에도 규정을 한 차례 바꿨다. 이 경우 7차 개정에 앞서 반드시 체육회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이 절차는 생략됐다. 체육회 훈련기획부 관계자는 이날 “산하단체에서 규정 등을 바꿨을 경우 공식 문서로 체육회에 보고하게 돼있는데 관련 내용으로 승마협회로부터 문서를 받은 사실은 없다”고 밝혔다.
만약 체육회가 승마협회 규정 위반을 알고도 묵인했다면 큰 논란이 예상된다. 체육회 차원에서 정 씨를 비호한 정황이기 때문이다. 몰랐다고 해도 관리 소홀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와 관련해 본보는 승마협회의 해명을 듣기 담당자에게 전화를 하고 문자를 남겼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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