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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퇴진” 학생의 날 거리로 나온 대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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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퇴진” 학생의 날 거리로 나온 대학생들

입력
2016.11.03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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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국선언한 학교 100곳 넘어

위안부 할머니들도 퇴진 요구

홍익대 학생들과 시민들이 ‘학생의 날’인 3일 오후 홍익대 정문에서 홍대입구역까지 거리행진을 한 뒤 촛불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정반석 기자
홍익대 학생들과 시민들이 ‘학생의 날’인 3일 오후 홍익대 정문에서 홍대입구역까지 거리행진을 한 뒤 촛불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정반석 기자

“87년 전 조상들의 심정이 이랬을까요. 독립을 염원하는 마음이 민주주의 회복 요구로 바뀌었을 뿐입니다.”

3일 오후 6시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 ‘걷고싶은 거리’. 이 곳은 매일 밤 음악과 공연이 어우러져 젊음을 분출하는 서울의 대표 명소이지만 이날만큼은 분위기가 달랐다. “박근혜 대통령은 하야하고 민주주의와 법질서를 회복하라”는 외침이 메아리쳤다. 홍익대 총학생회가 주최한 촛불행진에 참석한 젊은이 200여명은 학교 정문에서부터 걷고싶은 거리를 거쳐 홍대입구역 8번 출구까지 1㎞가량을 행진하며 ‘최순실 게이트’의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이날은 1929년 일제에 항거한 ‘광주학생운동’을 기념하기 위해 제정된 ‘학생의 날’이다. 이미 박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며 학생ㆍ교수들이 시국선언을 발표한 전국의 대학은 100곳을 훌쩍 넘었다. 하지만 대학생들은 학생의 날을 맞아 강의실에만 머무르지 않고 일제히 거리로 뛰쳐나왔다. 대학생 김민준(22)씨는 “대통령과 최순실에 속은 대한민국의 현실이 일제에 속아 주권을 내준 과거와 크게 다를 게 없다”고 지적했다.

서울대생 200여명도 ‘이게 나라냐’ 등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서울대 정문에서부터 신림역까지 2㎞ 구간을 행진했다. 재학생 이동건(19)씨는 “나라가 위기에 빠졌을 때 가장 먼저 거리로 나와 민심을 이끈 건 언제나 학생들이었다”며 “예나 지금이나 국민의 생존을 위협하는 정권은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국대에선 학생들이 빨강 파랑 노랑 검정 흰색 등 최순실씨가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진 ‘오방낭’을 상징하는 풍선 400여개를 하늘로 쏘아 올리는 문화제를 개최했고, 한양대 고려대 연세대 중앙대 등 서울 각 대학도 시국행진과 문화 행사를 열고 정권 퇴진 운동에 힘을 보탰다.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과 여성계도 시국선언에 동참했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와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90) 길원옥(88) 안점순(88) 할머니는 이날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박 대통령은 일본과 위안부 합의로 대를 이어 역사를 팔아먹은 것도 모자라 국정을 떡 주무르듯 한 또 다른 권력을 뒤에 숨기고 있었다”며 퇴진을 요구했다. 전국여성연대와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등 40여개 여성단체도 기자회견을 통해 박 대통령 하야를 촉구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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