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포정치로 악명 높은 북한에서도 친한 사람들끼리는 정권 비판을 하고 있다. 2중, 3중의 감시체계가 가동되고 있어 자칫했다간 정치범 수용소로 끌려가거나 총살을 당할 수 있는 북한 사회지만, 가까운 사람들만 있는 자리에서는 북한 사람들도 정치 이야기를 하면서 정권을 비판하거나 그런 내용의 농담을 한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가 3일(현지시간) 북한전문 웹사이트 ‘분단을 넘어’를 통해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개인적인 자리에서 다른 사람이 북한 정권을 비판하는 말을 들었다고 답한 사람이 응답자 36명 중 35명이나 됐다.
현재 북한에 사는 응답자 중 남성과 여성은 각각 20명과 16명이었으며, 직업군은 공장 노동자나 가정주부부터 의사와 이발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응답자들의 거주 지역도 북한 행정구역 기준으로 황해북도와 자강도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 고르게 분포했다.
CSIS는 “북한에서 주민이 정권을 비판하거나 농담거리로 삼는 일은 비록 사석이거나 친구들 사이에서 하더라도 심각한 위험부담을 지는 일”이라며 “북한 정권이 비판자를 가혹하게 다뤄 온 현실을 감안한다면 응답자 중 한 명을 제외한 모든 이들이 정권에 대한 농담이나 비판 사례가 있었다고 답한 점이 매우 눈길을 끈다”고 설명했다.
CSIS는 인터뷰에 응한 주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조사 시기와 방식 등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응답자 선정이 통상적인 표본추출 기법에 따라 과학적으로 이뤄지지는 않았지만, 북한 주민과의 대화를 통해 응답을 끌어낸다는 점에 주력하기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었다고 덧붙였다.
정민승 기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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