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어마을’ 제주 월림리 김춘보 이장
“제주에서 가장 제주다운 것이 제주어입니다. 점점 제주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줄어들면서 제주다움도 사라지고 있습니다. 마을 사람들과 함께 제주어를 지켜 내겠습니다”
3일 제주 제주시 한림읍 월림리 김춘보(51) 이장은 유네스코 소멸위기 언어로 분류된 제주어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월림리는 올해 제주도 마을만들기종합지원센터의 ‘제주형마을공동체 모다들엉(모여들어의 제주말) 공동사업’에서 제주어문화학교 설립사업지로 선정된 것을 계기로 제주어 마을로 재탄생하고 있다.
지난해 마을 이장이 된 그는 올해 초 제주를 가장 제주답게 만들고, 더불어 마을을 특색 있게 만들 방법을 고민하다 점차 잊히고 사라져 가는 ‘제주어’에 관심을 갖게 됐다. 김 이장은 “가장 제주다운 것이 무엇일까 고민하다 제주어 공용마을 만들기를 생각하게 됐다”며 “제주 사람이니 제주말을 하는 것이 당연한 듯 보이지만, 우리 아이들부터 점차 제주사투리를 쓰지 않게 되면서 결국 제주어가 사라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제주어가 없는 제주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김 이장은 지난 2월 5일 마을 정기총회에서 월림리를 ‘제주어 마을’로 만들어 보자고 제안했고, 마을 사람들도 만장일치로 동의했다. 때마침 제주도에서 지속가능한 마을만들기 사업인 ‘제주형마을공동체 모다들엉 공모사업’을 진행하고 있었고, 김 이장은 사업계획서를 도에 제출했다.
월림리는 현재 2회에 걸쳐 제주대 사범대학 양창용 교수를 강사로 초빙해 마을사람들을 대상으로 제주어교육을 진행했고, 올해 두 차례 더 교육할 예정이다. 또 마을 노인들이 사용하는 제주어를 채록하는 작업을 진행해 제주어 책자를 제작할 예정이다.
김 이장은 “부산, 강원, 충청 등 전국 각지에서 월림리로 시집온 새댁들과 귀농ㆍ귀촌인들도 제주어를 재미있게 배우고 있다”며 “이달 중으로 제주어마을 선포식과 제주어문화학교 현판식을 갖고 본격적으로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내년에는 마을에서 매입한 창고를 리모델링해 문화복지카페를 만들어 공연과 제주 전통 감물염색 체험ㆍ강연, 농산물 직거래 등을 제주어로 진행할 예정”이라며 “월림리가 제주어 마을로 거듭나 가장 제주다운 마을로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한편 제주어는 지난 2011년 12월 유네스코가 지정하는 ‘소멸위기 언어’ 5단계 중 4단계인 ‘아주 심각한 위기에 처한 언어’에 등재됐다.
제주=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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