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민과 관련한 영화는 대개 영화제나 공동체 상영이 끝인 경우가 많습니다. 좀 더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는 플랫폼이 뭘까 고민하다 보니 영화 수입과 배급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프랑스 영화 ‘아프리칸 닥터’를 수입해 3일 개봉한 이마붑(39) M&M인터내셔널 대표는 이날 “영화 관련 일을 10년 이상 하다 보니 영화가 전부가 된 것 같다”고 영화 수입과 배급에 뛰어든 이유를 설명했다. 이 대표는 방글라데시 출신으로 1999년 한국에 산업연수생으로 와서 5년 전 한국에 귀화했다. 본명은 마붑 알엄, 한국인 아내의 성을 따라 이마붑이라고 이름을 바꾸고 어엿한 한국인이 됐다.
‘아프리칸 닥터’는 콩고 출신 주인공이 프랑스 시민권을 얻기 위해 시골 마을로 이주해 의사로 일하면서 지역 주민과 조금씩 동화하는 과정을 그린다. 그는 “시대와 배경은 다르지만 한국도 영화 속 이야기와 비슷한 부분이 있을 것”이라며 “한국은 지금 다문화를 받아들이는 단계인데, 아직 다문화를 다루는 영화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 같아 이 영화를 첫 개봉작으로 선택했다. 무거울 수 있는 소재를 유쾌하고 재미있게 풀어가는 영화라서 많은 관객이 즐겁게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유창한 한국어로 말했다.
방글라데시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이 대표는 이주노동자로 일하며 노동운동에 관심을 갖게 됐고 이 문제를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기 위해 문화ㆍ예술 분야에 뛰어들었다. 2004년 이주민을 위한 방송 MWTV를 설립해 여러 편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 영화 ‘반두비’의 주연을 맡은 것을 비롯해 최근 개봉한 ‘아수라’ 등 10여 편의 영화에 크고 작은 역으로 출연했다.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2012년 정부가 주는 세종문화상도 받았다. “이주민 관련 방송 콘텐츠를 만들다가 영화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그때부터 영화를 공부했고 영화를 연출하고 출연도 하게 됐습니다. 앞으로는 이주민이 아닌 평범한 한국인의 연기를 해보고 싶습니다.”
이 대표는 더 이상 ‘이주노동자’가 아닌 한국인임을 강조했다. 17년간 한국에서 살다 보니 이제 방글라데시보다 한국이 더 편하다고도 했다. 영화 연출ㆍ출연에서 수입ㆍ배급으로 관심이 옮겨간 것도 한국인으로서 살아가야 하는 고민의 결과다. 회사는 1년 전 설립했다. “처음에는 이주민이 목소리를 직접 내고 활동하니까 신기해서 주목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전문적인 시장에 뛰어들려면 신기한 거로는 부족했어요. 아마추어가 아닌 전문적인 일, 좀 더 지속 가능한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영화 연출ㆍ출연에서 수입ㆍ배급으로 자연스럽게 관심이 옮겨가게 됐어요.”
두 번째 개봉작을 준비 중인 이 대표는 기회가 되면 연기와 연출, 제작도 겸할 생각이다. 해외 영화를 국내에 수입하는 것뿐만 아니라 국내 영화 중 해외에 잘 소개되지 않은 작품을 직접 나서서 알리고 싶다고도 했다. 그는 “자본이 부족하기 때문에 첫 번째 영화로 수익을 남기는 것이 우선 목표”라며 “앞으로는 이주민을 다룬 영화에만 국한하지 않고 보편적인 영화를 수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