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ㆍ25 전쟁 당시 치열한 전투가 벌어진 황해도 구월산에서 국군 첩보요원과 유격대원으로 처음 만나 부부의 연을 맺은 80대 참전용사 부부가 오는 4일 결혼 60돌을 기념하는 회혼례를 올린다.
국가보훈처는 3일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4일 오전 11시 ‘6ㆍ25 전쟁 호국영웅 합동 회혼례’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박승춘 보훈처장이 주례하는 이번 행사에는 10쌍의 노부부들이 참가한다. 이들 가운데 신태일(88) 엄춘분(80) 부부를 포함한 2쌍이 남편 아내 모두 6ㆍ25 참전 유공자들이다.
신 씨는 치열한 공방전이 이어지던 1952년 겨울, 구월산에서 육군 첩보부대원으로 활동할 때 부인 엄 씨를 처음 만났다. 당시 엄 씨는 유격대원으로, 간호와 취사 임무를 맡고 있었다. 구월산은 반공 유격대가 활동하던 곳으로, 이들은 북한군 중공군과 치열한 전투를 벌이며 눈부신 전과를 올렸다. 삶과 죽음을 오가는 전장에서 두 사람 사이에는 사랑이 싹텄고 정전협정 체결 2년 뒤인 1955년 결혼했다. 전쟁 직후 어려웠던 시절이라 제대로 된 예식을 하지는 못했다. 물 한 그릇 떠놓고 서로 인사한 게 결혼식의 전부였다.
부부는 3남 1녀를 낳고 열심히 살았다. 애지중지 키운 아들이 스무 살에 병으로 세상을 떠나는 아픔도 겪었다. 신 씨는 “어렵고 힘든 시절을 함께했던 전우이자 평생의 동반자인 아내에게 제대로 된 예식을 꼭 해주고 싶었다”며 보훈처의 회혼례에 고마운 마음을 표시했다.
이번 행사에서 참전 유공자인 강덕희(85) 씨는 긴 세월을 함께 해준 아내 권정옥(85) 씨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송할 예정이다. 강 씨는 6ㆍ25 전쟁이 한창이던 1953년 초 휴가 중 고향에서 권 씨를 만나 결혼했다.
보훈처는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헌신한 6ㆍ25 참전용사를 예우하고자 결혼 60돌을 맞은 참전용사 부부를 선정해 해마다 회혼례를 연다.
김광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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