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소의 저주’가 깨지면서 메이저리그를 떠돈 악명 높은 3대 저주는 모두 사라지게 됐다. 염소의 저주를 깬 테오 엡스타인 컵스 사장은 보스턴 단장으로 있던 2004년 월드시리즈에서 세인트루이스를 꺾고 보스턴에 86년 만의 우승 트로피를 안겼다. 이듬해에는 시카고 화이트삭스가 87년 만의 우승을 차지하면서 ‘블랙삭스의 저주(1919년 도박 스캔들에 연루된 시카고 화이트삭스에 내린 저주)’도 사라졌다.
마지막으로 염소의 저주까지 허물어지면서 이제 메이저리그에 남아 있는 저주는 바로 이날 패한 클리블랜드에 내린 ‘와후 추장의 저주’다. 클리블랜드는 현재 머리에 깃털을 꽂고 익살스럽게 웃는 빨간 얼굴의 인디언을 로고로 쓰고 있다. 1901년 창단 때부터 원주민 얼굴을 로고로 사용했으며, 세 차례 수정을 거쳐 1951년부터 현재 형태가 됐다. 그런데 1951년 로고를 수정한 이후 월드시리즈 우승 운이 따르지 않았다는 ‘와후 추장의 저주’ 설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일본프로야구에선 한신 타이거스의 ‘커넬 샌더스(KFC 창업자)의 저주’가 대표적이다. 1985년 한신이 21년 만에 센트럴리그 우승을 차지하자 연고지인 오사카 팬들은 선수들과 닮은 시민을 붙잡아 헹가래친 뒤 도톤보리 강에 빠뜨리는 전통 축하의식 ‘도톤보리 다이브’를 즐겼다. 이때 흥분한 팬들이 KFC 매장 앞에 서 있던 샌더스 인형을 외국인 선수 랜디 바스와 닮았다며 강에 집어 던졌는데, 한신은 그 해 일본시리즈를 제패한 이후 더 이상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하고 있다. 한신 구단은 2009년 강바닥에 파묻혀 있던 샌더스 인형을 찾아내 명예 입단식을 치르는 등 저주를 풀기 위한 노력까지 할 정도다.
미국프로농구(NBA)에는 불세출의 스타플레이어 줄리어스 어빙과 카림 압둘자바를 트레이드 시킨 뒤 생긴 ‘어빙의 저주’와‘카림의 저주’가 있다.
KBO리그에서는 롯데에 이어 두 번째로 우승이 오래 된 LG 트윈스가 2002년 한국시리즈에서 준우승을 하고도 김성근 감독을 경질한 이후 우승하지 못한 것을 두고 ‘김성근의 저주’라는 말도 나온다.
축구에서는 포르투갈 프로축구 프리메이라리가 벤피카의 몰락을 가져온 ‘구트만의 저주’가 종종 회자된다. 1962년 유럽축구연맹(UEFA) 유러피언컵(현 챔피언스리그) 2연패를 달성했던 벨라 구트만(헝가리) 감독은 시즌 후 재계약에 실패하자 “벤피카는 앞으로 100년 동안 유럽 클럽대항전에서 우승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한 뒤 팀을 떠났다. 이후 벤피카는 챔피언스리그에서 5차례, 유로파리그에서 3차례 결승에 진출했지만 모두 준우승에 머물렀다. 구트만 감독 재임 시절 벤피카의 스타였던 포르투갈의 영웅 에우제비우는 1980년 구트만의 무덤을 찾아 “저주를 풀어달라”고 호소했지만 벤피카는 아직 유럽 클럽대항전의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하고 있다.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에선 토론토 메이플리프스가 ‘바릴코의 저주’에 시달리고 있다. 1951년 빌 바릴코(캐나다)가 비행기 사고로 사망한 뒤 정상에 오르지 못했던 토론토는 바릴코의 시신을 발견한 1962년 스탠리컵(NHL 우승컵)을 차지했지만, 1967년을 끝으로 우승이 없다.
단기전에서도 유명한 저주가 있다. 월드컵에서 ‘축구 황제’ 펠레(브라질)가 지목한 우승후보는 예선 탈락하거나 부진을 면치 못하는 ‘펠레의 저주’, 그리고 미국대학스포츠협회(NCAA) 남자농구 디비전1 토너먼트에서 오바마 미 대통령이 우승할 것이라고 지목했던 대학이 모두 탈락한 이후 생겨난 ‘오바마의 저주’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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