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용 시세 하락에 수거해도 쓰레기 처지
수거 중단 논의도 나와
대구지역 기초자치단체들이 1회용 스티로폼 처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는 저유가와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스티로폼 제작이 재활용품 구매보다 저렴해졌기 때문으로, 올초 논란을 빚었던 수원과 인천 등 수도권 도시들의 1회용 스티로폼 수거 중단 사태가 대구서도 우려되고 있다.
달서구청은 지난달 11일 구청 홈페이지를 통해 ‘최근 재활용 스티로폼 가격이 폭락, 재활용 대상이 되지 않는 스티로폼은 엄격하게 분리해 수거하겠다’고 밝혔다. 달서구청 청소과 이춘만 주무관은 “1회용 스티로폼은 재활용되는 범위가 제한적인데 기존에는 모두 수거, 분리했으나 최근 대행업체 일손 부족 등 문제로 재활용 가능한 것만 선별적으로 수거하고 있다”며 “스티로폼 배출량은 증가하는 데 반해 재활용품으로 소화되는 양은 줄어 골치가 아프다”고 말했다.
대구시에 따르면 재활용 기준을 충족하는 스티로폼은 오염되지 않은 전자제품 포장 완충재와 농축수산 포장품 등이다. 이물질과 부착상표는 제거 후 배출해야 하며 컵라면 용기나 색깔 스티로폼, 포장 스티로폼 등은 해당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대구지역 8개 구ㆍ군은 재활용 스티로품 수거 기준을 강화하고 있다. 남구청 녹색환경과 장정호 주무관은 “남구도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분리수거 요령에 따르지 않으면 수거할 수 없다는 공문을 보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구청 청소과 하현주 주무관은 “업체에서 스티로폼을 새로 구입하는 것이 경제적이어서 재활용 스티로폼이 쓰레기 취급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한 구청 재활용 처리 담당자는 “비닐도 제거하지 않고 스티로폼 상자를 내놓는 시민의식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편 서울의 경우 대규모 아파트 단지는 자체적으로 민간 재활용업체와 계약, 재활용품을 수거하고 있고, 소규모 빌딩과 주택가의 스티로폼은 각 기초단체에서 수거한다.
재활용 스티로폼은 압축기에 넣어 재생원료(잉곳)로 만들어 수출했으나 유가 하락으로 현재는 새로 만드는 것이 저렴하다. 대구의 한 재활용 수거업체 관계자는 “경기가 좋을 때는 오염된 재활용 부적격 스티로폼이 있어도 한꺼번에 가져가 선별, 처리했다”며 “지금은 인건비는 물론 보관료까지 손해”라고 말했다.
주민들의 걱정도 늘고 있다. 달서구 용산동 황모(33)씨는“홈쇼핑 등으로 배송되는 물건은 대부분 스티로폼으로 포장돼 있는데 종량제 봉투를 얼마나 더 구입해야 할 지 걱정”이라며 “깨끗하면 재활용 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실상 전부 쓰레기였다니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배유미 기자 yu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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