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업체로부터 “영업총괄 임원 자리와 거액의 연봉을 주겠다”는 스카우트 제의를 받고 2년간 회사 영업비밀을 빼내 넘긴 건물 환기시스템 생산업체 임원 등이 경찰에 적발됐다.
인천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A사 전 기술연구소장 김모(54)씨와 A사 임원 유모(48)씨 등 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3일 밝혔다.
김씨 등 A사에서 연구개발자로 일한 3명은 2년 전 퇴사하면서 실내 냉ㆍ온열로 밖에서 들어오는 공기를 데우거나 식히는 전열교환기의 설계도면 등을 몰래 빼내 경쟁업체 B사로 이직한 뒤 9억원 상당의 유사제품을 생산,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 등 연구개발자들은 처우 불만 등을 이유로 차례로 퇴사하면서 이메일과 이동식저장장치(USB)로 영업비밀 자료를 빼돌린 것으로 조사됐다.
이모(43)씨 등 A사 영업ㆍ설치공사 담당자들은 김씨 등으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받고 A사의 견적서, 단가표 등 경영상 자료를 빼내 이직한 뒤 A사보다 더 싼 가격을 제시하는 수법으로 거래처를 가로챈 것으로 드러났다.
유씨는 김씨와 이씨로부터 “영업총괄 임원으로 스카우트하겠다”는 제안을 받은 뒤 그 대가로 A사의 최신 설계도면, 단가표 등을 빼내 넘겼다. 하지만 유씨는 많은 나이 등을 이유로 실제 이직하지는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회사의 핵심인력 여러 명이 갑자기 사직한 뒤 유사제품이 거래처에 판매되거나 특별한 이유 없이 제품의 매출이 감소하는 경우 일단 기술 유출을 의심해봐야 한다”며 “기술 유출이 의심되면 인천경찰청 산업기술유출수사팀(032-455-2397∼8)으로 신고해 달라”고 말했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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