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박정환 9단
흑 탕웨이싱 9단
<장면 5> 바둑이 서서히 중반으로 접어들고 있다. 지금 관심의 초점은 우변 백돌이 어떤 식으로 수습되느냐 하는 것. 가능한 한 중앙 백 세력을 다치지 않으면서 살아야 한다.
탕웨이싱이 1로 한 칸 뛰자 박정환이 2, 4를 선수한 다음 다시 6으로 어깨 짚어나가는 모습이 경쾌하다. 덤이 여덟 집이나 되기 때문에 작은 실리에 연연하지 않고 두텁게 두어나가기로 마음먹은 것 같다.
여기까지는 누구나 대개 예상할 수 있는 진행인데 다음에 박정환이 8로 눈목자 행마한 게 조금 뜻밖이다. 보기에는 무척 날렵하지만 너무 보폭이 넓은 게 아니냐는 걱정스런 의견이 있었다. 막상 흑이 <참고1도> 1로 차단하면 대책이 있느냐는 것. 하지만 이 그림은 백도 2, 4로 맞끊어서 5 때 6, 8을 선수한 후 A로 나가끊어서 싸울 수 있어서 흑도 상당히 겁난다.
탕웨이싱이 아직 초반이므로 무리하게 싸울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는지 한 발 물러서서 9로 백 한 점을 잡았다. 하지만 박정환이 10으로 지켜서 이 결과는 백이 만족이다. 박정환의 배짱이 통한 셈이다.
탕웨이싱이 잠시 손길을 멈추고 반면을 죽 둘러보고는 좌상귀에서 11로 호구쳤다. 큰 자리다. 백이 <참고2도> 1, 3으로 두면 바로 4로 껴붙이는 응수타진을 당하는 게 기분 나쁘다. 박정환이 아예 손을 빼서 중앙에 12로 둔 게 멋진 감각이다. 중앙을 두텁게 만들면서 호시탐탐 백△가 빠져 나오는 뒷맛을 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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