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메모] 김영란 “측근 비리 방치한 리더에 책임 물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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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메모] 김영란 “측근 비리 방치한 리더에 책임 물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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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03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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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 전 대법관이 3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 반부패 컨퍼런스'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고영권기자youngkoh@hankookilbo.com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을 처음 제안한 김영란 전 대법관은 3일 최순실(60)씨의 국정농단 사태에 대해 “법에도 때로는 과격한 발상이 필요하다고 실감한다”고 밝혔다.

김 전 대법관은 3일 세계변호사협회(IBA)가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개최한 ‘IBA 아시아ㆍ태평양 반부패 컨퍼런스’에 기조연설자로 나와 박근혜 대통령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측근이 이익을 얻도록 방치한 사람에게 책임을 묻지 않기 때문에 이런 일이 반복된다”며 “요즘 (최순실 사태를 보면) 어떤 법리를 구상해서라도 측근 비리를 방치한 리더에게 책임을 직접 물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음은 김영란 전 대법관의 기조연설 요약문.

부정청탁법이 국회를 통과하고 올해 9월28일 시행됐다. 한달 남짓한 시점에서 컨퍼런스 열리게 돼서 참으로 시의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지난주에 저는 이 호텔에서 주한미상공회의소 회의에 서 키노트 어드레스(기조연설)했다. 사업하시는 분들 중심으로. 물론 법률가들도 많이 오셨지만. 그 자리에서 법 이념적 배경 간단히 소개했다.

첫째, 우리 사회가 그 동안 위계질서 중시하고 닫힌 공동체였다. 그 속에서 신뢰 쌓던 농경사회 관습 답습했다. 이제는 새로운 사회 만들어갈 때가 됐다고 얘기했다. 바로 이 장소가 이세돌과 알파고 바둑대결 있었던 장소였다. 이런 장소에서 연다는 게 상징적이란 말도 했다.

둘째, 농경사회는 닫힌 공동체에서 사적 신뢰로 문제 해결하던 사회였다. 새로운 사회 도래를 막고 있는 현 시점에서 사적 신뢰 쌓는 것 지양하고 공적 신뢰 쌓아야 한다고 했다.

셋째, 양적 규제 공정성에만 맞추던 규제에서 개방적 질적 규제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공적 신뢰 중요하다.

넷째, 다원적 사회로 변해가고 있는데 자칫하면 다원적 무지에 빠질 수 있다. 그런 말 한다. 다수 소수 의견을 착각할 수 있다. 다원적 무지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새로운 관습을 형성할 필요가 있다. 이런 것들이 철학적 배경이라고 했었다.

이런 이념적 배경 하에 구상된 첨에 만든 청탁금지법은 세 가지로 구성.

첫째, 값비싼 접대, 선물, 금품 주고 이런 방법으로 네트워크 형성하는 거 막아야겠다. 공직자들이 돌려주기 어려운 문화인데 선물이나 이런 것이 모르는 사람이 주는 게 아니라 선배라든지 높은 사람, 친척 소개 받아서 선물 주고 접대하고 그것을 거절하면 굉장히 무례하고 예의 없는 사람 되는 문화 있잖아요. 공직자들이 이를 신고하고 반환하는 절차규정하면 반환할 수 있겠다 싶어서 절차 규정해서 반환할 수 있게 하고 그러지 않으면 제재 가하자 그게 첫째 부분이다.

둘째, 혈연 지연 학연 접대와 선물 제공으로 그렇게 형성된 네트워크를 이용해서 부정한 청탁을 하는 것이죠. 그런 청탁하는 걸 막아야 한다. 청탁 들어오면 거절하게 하고 거절하면 아무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공직자에게 첫 번째 법에는 신고의무를 규정하지 않았다. 거듭해서 청탁하면 신고하게 하자 그렇게 만들었다. 이렇게 규정해도 신고하지 않으면 제대로 하도록 하자.

셋째, 이해관계 충돌이 있는 경우 직무 회피하거나 배제하는 방법 규정했다.

세 가지 파트로 구성돼 있었는데 첫째 둘째를 우선 통과시키고 세 번째는 아직 통과되지 않고 남아 있다. 요컨대 청탁금지법 목적은 공직자 등이 직무의 완결성을 침해 받을 사태 직면 했을 때 해결하는 절차를 규정한 것이다. 거절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 법이다.

이 법이 처벌하는 법으로 지나치게 알려져 있는데, 뇌물은 형법에 잘 갖춰져 있다. 이 법의 목적은 거절의 근거를 다룬 것이다. 거절을 안 했을 경우 비로소 처벌하는 것. 결국은 행동강령을 만든 것이다. 그 동안도 공무원 행동강령은 있었다. 그건 대통령령으로 돼 있어서 처벌규정이 약했다. 법으로 격상시키고 처벌규정을 처벌할 수 있게 뒀다는 것. 공직자 범위가 넓어졌는데 언론인, 사립학교 넣어서 좀 달라졌다.

과다한 접대하는 일반인 행위도 제재 대상이 된다. 공무원 행동강령으론 일반인 제재 못했다. 일반인도 제재 대상 된다는 것. 일반인도 제재해야 문화관습 바꾸는 것 속도 낼 수 있다고 판단한다. 일반인에 대한 행동강령도 되는 것.

법 시행 한 달 남짓 보면 두 가지 현상 뚜렷하다. 이 법 위반으로 처벌될까 두려워 사회 전체가 지나치게 움츠러들지 않나 싶다. 직무 관련이 있는 공직자를 제한하는 법이니까 직무관련이 없는 경우에는, 물론 100만원 인상의 경우에는 적용이 되지만 정을 나누는 보통의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고 볼 수 있다. 공직자 아닌 사람 사이에서 간단한 접대하는 걸 규제하는 법이 아니다. 또 공직자들이 모임 일원이나 모임 자체를 안 해버리는 경우가 생기더라. 각자 자신의 몫을 부담하기로 한다면 아무 문제가 없다. 공직자만 공짜 접대를 받는 것만 주의하면 될 일이다. 지나치게 공포 분위기가 있는 거 같고 그에 대한 우려가 나타나는 거 같다.

이 법이 우리사회 모든 부패 문제 해결해줄 거라 기대하는 분들 많다. 하지만 이 법은 과도한 금품수수 거절하고 신고하게 하는 법이다. 이런 저런 인간관계로 어려운 경우 많았다. 거절하는 법 몰라서 부패 구조 속으로 빠져드는 경우 많았다. 그런 것으로부터 공직사회 지키려는 데 목적 있을 뿐이다. 공적인 영역의 사적 네트워크로 이뤄지는 부정청탁 금지하면 거대한 부패문제도 대부분 없어질 거라 생각하지만, 이 법만으로는 거대한 부패 문제 해결 못한다. 선거에 돈이 끝없이 들어가는 사회다. 개인적 헌신을 해서 선출직 공무원을 도와서 그를 당선하게 한 후에 그 임기 동안 도운 사람들이 자신이 투자한 이상으로 보상 받기 위해 사회 여기저기 들쑤시는 게 용인되는 정치구조라면 거대한 부패 없어질 수 없는 거다. 이 문제에 대해 공통의 인식하고 해결책 모색하는 것이 시급하다. 국민 공감대가 형성돼야 하고 정치인도 동참하는 해법을 고민할 시점이다.

2013년 초 저는 경북대 로스쿨 김두식 교수와 우리 사회 부패문제에 관해 대담했다. 그것을 ‘이제는 누가 해야 할 이야기’란 책으로. 그 책에서 저는 선출직 공무원 측근들에 대해 민법상 대리권 남용했을 때 대리인이 상대방 무효 하면 남용 이론 있잖아요. 형사법 양벌규정 이런 거 응용해서 유사한 법리 개발해서 선출직 공무원 에게 직접 책임 물을 수 없는가, 정권마다 전부다 그 일을 직접 한 사람들에게만 책임 묻게 돼 있다. 그런데 사실 그 측근들을 통제하지 못한 책임은 그 사람에게 있지 않습니까. 그 방법을 강구하면 어떨까 대담에서 말한 게 책에 있다. 김 교수는 “대법관을 역임한 사람 제안치곤 과격하다”고 했는데, 웃으며 넘어간 적 있다. 하지만 요즘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들 보면 법에도 때로는 과격한 발상 필요하구나 하는 생각 실감한다. 저는 측근의 비리로만 돌리고 그를 활용해 당선된 사람, 이익을 얻도록 방치한 사람에게 책임을 묻지 않기 때문에 이런 일이 반복된다 그런 생각해서 이런 법을. 요즘 보면 어떤 법리 구상해서라도 측근 비리를 저지르도록 방치한 리더에게 책임을 직접 물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아가 이 법을 넘어서 거대한 부패문제에 대한 대응책 만드는 데도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청탁금지법을 성공한 법으로 만들기 위한 지속적 협조 부탁 드린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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