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일 노무현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김병준(62) 국민대 교수를 국무총리 후보자로 내정하면서 김 후보자와 친노(노무현)진영의 관계가 새삼 주목 받고 있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야당이 이분을 부정한다면 그건 노무현정부를 부정하고 부인하는 것”이라며 김 후보자와 노무현 정부의 관련성을 부각시키려 했다. 하지만 야권 관계자들은 ‘김 후보자는 왕년의 친노 인사일 뿐 서로 등을 돌린 지 오래’라고 입을 모았다.
1990년대 초반 학계에서 드물게 ‘지방 자치 분권’을 강조했던 김 후보자는 1993년 노 전 대통령이 설립한 지방자치실무연구소의 특강을 진행한 것을 계기로 이듬해 연구소장을 맡았다. 2002년 대선 때는 정책자문단 단장을 맡아 정책캠프를 운영했다. 참여정부 출범 이후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장, 청와대 정책실장 등을 잇달아 맡으며 행정개혁과 규제개혁을 실행했다.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 대통령 정책특별보좌관 등 참여정부 핵심으로 활약했다.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일한 한 인사는 “김 후보자는 2006년 교육부총리에서 낙마했을 때와,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여권 내 대선후보 교통 정리 과정에서 친노 진영과 사이가 틀어졌다”고 전했다. 이 인사에 따르면, 김 후보자는 교육부총리 내정 당시 새누리당(당시 한나라당)이 논문 표절 의혹을 끈질기게 제기할 때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등 친노 진영에서 자신을 지켜주지 않은 점에 상당히 서운해 했다. 또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이해찬 민주당 의원이 친노 진영 대표 선수로 뛰고 있는데도 김 후보자가 직접 대선 후보에 나설 준비를 하면서 친노 인사들과 사실상 갈라섰다. 2012년 대선 때 김 후보자는 문재인 후보가 아닌 김두관 전 경남지사를 지지했다.
이후에도 김 후보자는 새누리당이나 국민의당의 초청 강연과 보수 성향 일간지 기고 등을 통해 친노ㆍ친문 진영에 비판을 가했다.
김 후보자가 박근혜 정부의 주요 정책과 결이 다른 입장을 유지해 온 점도 눈에 띈다. 그는 지난해 10월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한 기고글에서 “이런 상황에 교과서를 국정화한다? 그래서 역사인식과 해석을 하나로 만든다? 글쎄, 결국 어느 한쪽을 죽이겠다는 이야기인데 그게 가능할까? 대통령과 정부가 밀어붙이면 몇 해야 가겠지. 하지만 그 뒤는 어떻게 될까?”라고 부정적 입장을 드러냈다. 서울 강남 등의 부동산 시장 정상화를 위한 종합부동산세, 행정중심복합도시 이전 문제 등에서도 현재 여권과 상반된 입장을 보여왔다. 그가 총리에 오를 경우 이 같은 소신을 지켜낼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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