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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1 자녀의 ‘英ㆍ數 굴욕’... 워킹맘 두 번째 가슴앓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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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1 자녀의 ‘英ㆍ數 굴욕’... 워킹맘 두 번째 가슴앓이

입력
2016.11.0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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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이어 큰 고민으로

학원비 등 생각하면 맞벌이 필수

정작 자녀 공부 챙길 시간은 없어

작년 경력 단절된 여성 중 8만명

“아이 뒤처질까 두려워 일 그만둬”

학부모 행사 등 워킹맘 배려 필요

“학원비에 대학 등록금까지 생각하면 맞벌이는 꼭 해야겠는데, 정작 아이 공부 챙길 시간은 없는 거에요. 나 때문에 아이가 뒤쳐지면 어쩌나 늘 걱정되고 미안한 마음이에요.”

서울 한 중견기업에서 일하는 직장생활 11년 차 워킹맘 유모(43)씨는 매일 오전 6시에 일어나 막내(7)를 입히고 씻겨 유치원에 보낸 뒤 중학생 아들까지 등교시키고 회사로 뛰어 들어간다. 가정과 일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는 전쟁 같은 일과가 익숙해질 때도 됐건만, 야속하게도 아들이 중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새로운 고민거리가 생겼다.

유씨는 “학교 참여가 활발한 엄마들끼리 유명 선생님을 모시고 그룹 과외를 한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며 “부랴부랴 국어, 영어, 수학학원에 등록해 보내기 시작했지만 일일이 챙길 수 없어 불안했다”고 말했다. ‘엄마네트워크’에 껴보려고 시도하길 벌써 몇 번째. “바쁘고 함께 공유할 정보도 없는 워킹맘을 누가 껴주겠어요. 저는 이해해요.” 아들이 뒤쳐질까 두려워 결국 고민 끝에 내년 3월 새 학기에 맞춰 회사에 육아 휴직계를 낸 상태다.

일반적으로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워킹맘에게 고비가 찾아온다고들 하지만, 자녀가 중학교에 올라갈 때도 워킹맘들은 다시 남몰래 가슴앓이 한다. 자녀 성적에 대한 고민이 본격화하는 시기인데 이들이 자녀 교육에 쏟을 수 있는 시간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 실제 지난해 경력단절 여성 가운데 8만명이 자녀교육 때문에 일을 그만둔 것으로 조사됐다.

워킹맘들의 가슴을 또 한번 철렁 내려앉게 할만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1일 전하람 고려대 사회통합교육연구소 연구원과 임혜정 고려대 교육학 박사가 한국교육사회학회에 낸 ‘어머니의 취업여부와 직업지위가 자녀의 학업성취에 미치는 영향’ 논문에 따르면, 워킹맘 자녀의 영어 학업성취도가 전업주부 자녀의 학업성취도보다 약 3.2점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학 학업성취도는 워킹맘 자녀들의 점수가 전업주부 자녀 점수보다 약 2.5점 낮았다. 학생들 학교 시험성적의 원점수와 표준편차를 활용해 점수를 산출한 결과다.

논문은 2012년도 경기도교육연구원의 경기교육종단연구에서 설문에 응한 당시 중학교 1학년생 3,639명의 자료를 분석했다. 전 연구원은 “일하는 어머니가 교육에 관여하지 못한 효과가 자녀 학업성취도에 고스란히 나타났다”며 “사교육 비용을 늘려도 학업성취도가 올라가는 효과가 미미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같은 워킹맘이라도 전문직이나 관리직 등 상대적으로 시간과 경제력이 여유 있는 직종은 그나마 사정이 나았다.

워킹맘들은 배려가 부족한 교육 현장을 감안하면 당연한 결과라고 입을 모은다. 정부 산하 청소년상담센터에서 상담 업무를 하며 중학생 아들을 키워 온 김모(47)씨는 “학부모 행사 대부분이 낮에 열리는데다 설명회 같은 주요 일정도 주간에 진행돼 워킹맘은 끼기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여성이 일을 하면서도 교육공동체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이 전혀 조성 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학부모가 유급으로 연차를 내고 학교에 찾아갈 수 있도록 한 학교참여휴가제가 지난 총선 때 잠시 공약으로 등장한 적도 있지만 실효성이 없다는 반박에 부딪쳐 유야무야 됐다.

전문가들은 자녀 교육을 여전히 어머니 몫으로만 돌리는 풍토 자체가 근본적으로 잘못됐다고 지적한다. 배은경 서울대 교수(여성학협동조합)는 “맞벌이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시대에 아이 성적을 엄마의 종속변수로 인식하는 분위기는 개인이 조절할 수 없는 문제의 책임을 여성들에게 돌린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배 교수는 “‘독박육아’ 현실에서 아이를 낳지 않는 선택은 사실상 ‘강요된’ 합리성으로 이런 식이면 저출산 추세가 강화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일본 사회학자 후루이치 노리토시는 저서 ‘아이는 국가가 키워라’에서 한국이 여성에게 엄마 역할과 노동자 역할 모두 잘해낼 것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엄마한테 유독 차가운 나라’라고 묘사하기도 했다.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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