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시즌 최다승(93승) 우승팀 두산이 한국시리즈(7전4선승제)까지 4전 전승으로 마무리하며 21년 만의 통합우승을 ‘퍼펙트’로 장식했다.
두산은 2일 경남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NC와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8-1로 승리했다. 이로써 두산은 1차전부터 내리 4연승을 거두며 통산 다섯 번째(1982ㆍ1995ㆍ2001ㆍ2015ㆍ2016년)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14년 만의 정상에 오른 지난해에 이어 창단 첫 2연패를 차지했으며 전신인 1995년 OB 시절 정규시즌ㆍ한국시리즈 제패에 이어 21년 만에 통합 우승을 달성했다. 한국시리즈에서 한 번도 지지 않고 4연승을 거둔 ‘싹쓸이 우승’은 2010년 SK 이후 6년 만이자 통산 7번째다.
또 두산은 지난해 삼성과 한국시리즈에서 1패 후 4연승, 이번 4연승으로 한국시리즈에서만 8연승을 달렸다. 이는 해태가 기록한 10연승(1986~88년)에 이어 두 번째 연승 기록이다. 아울러 지난해 두산 지휘봉을 잡고 역대 네 번째 감독 데뷔 시즌 우승을 차지했던 김태형(49) 두산 감독은 삼성 감독 시절의 선동열(2005ㆍ2006년), 류중일(2011ㆍ2012년) 감독에 이어 세 번째로 데뷔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감독이 됐다.
반면 정규시즌 2위로 2년 연속 플레이오프에 직행해 정규시즌 4위 팀 LG를 3승1패로 꺾고 1군 합류 4년 만에 한국시리즈까지 오른 NC는 힘 한번 써 보지 못하고 완패했다. 결국 포스트시즌 직전 불거진 승부조작과 에릭 테임즈의 음주운전 등으로 뒤숭숭한 팀 분위기가 단기전에서 악재로 작용했다. 김경문(58) NC 감독에겐 더 뼈아픈 패배다. 김 감독은 두산 사령탑이던 2005년과 2007년, 2008년에 이어 한국시리즈 준우승만 네 번째다. 잠실구장 10연패를 포함해 한국시리즈 통산 3승16패로 지긋지긋한 한국시리즈 징크스와 ‘만년 2인자’ 꼬리표를 떼지 못했다.
현역 최고의 공ㆍ수 겸장 포수 양의지(29ㆍ두산)는 4차전에서 선제 결승 솔로홈런을 터뜨리는 등 4경기 내내 꾸준한 활약으로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출입기자단 투표에서 유효 투표 수 77표 가운데 70표의 몰표를 얻은 양의지는 부상으로 K7 승용차를 받았다. 양의지는 이날 0-0으로 맞선 2회초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NC 선발 재크 스튜어트의 시속 132㎞짜리 슬라이더를 통타해 왼쪽 담장을 넘겼다. 개인 통산 첫 한국시리즈 홈런이었다. 이날 4타수 3안타(1홈런) 2타점을 포함해 4경기에서 타율 4할3푼8리(16타수 7안타)에 4타점으로 발군의 타격 솜씨를 선보였고, 수비에서도 포수 마스크를 쓰고 네 명의 선발투수를 완벽히 리드했다. 두산은 1-0으로 앞선 6회초 양의지와 허경민의 연속 적시타로 3점을 보태 승리를 예감했고, 9회초엔 우승을 자축하는 오재원의 쐐기 3점포가 터졌다.
정규시즌 3위로 우승까지 차지했던 두산의 지난해가 ‘미러클’이었다면 2016년은 완벽 그 자체였다. 정규시즌에서 KBO리그 사상 최초로 4명의 15승 이상 투수를 배출한 두산은 한국시리즈에서도 선발 야구의 결정판을 보여줬다. 다승왕(22승)인 더스틴 니퍼트는 1차전에서 8이닝 무실점, 15승을 올린 장원준은 2차전에서 8⅔이닝 1실점, 18승의 마이클 보우덴은 3차전에서 7⅔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그리고 이날 4차전 데일리 MVP인 유희관도 5이닝 무실점으로 화룡점정을 찍었다. 두산 마운드가 4경기(2차전 연장 11회) 총 38이닝 동안 내 준 점수는 단 2점이다. 이는 2005년 한국시리즈에서 삼성이 두산에 4연승하며 내 준 5점을 넘어 역대 한국시리즈 최소 실점이다. 반대로 나성범-이호준-테임즈-박석민으로 이어지는 막강 중심타선을 믿었던 NC는 최소 득점의 불명예를 썼다.
두산의 통합우승 뒤에는‘판타스틱4’와 함께 타선에선 올 해도 어김 없이 이어진 ‘화수분 야구’의 전통이 있었다. 두산은 올 시즌을 앞두고 간판 타자 김현수(볼티모어)의 미국 메이저리그 진출로 큰 공백이 예상됐다. 그러나 그 빈 자리는 박건우라는 깜짝 스타가 훌륭하게 메웠다. 2009년 입단해 지난해 70경기가 한 시즌 최다 출전이었던 박건우는 올 시즌 132경기에서 타율 3할3푼5리에 20홈런, 83타점을 올리며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혜성처럼 등장한 김재환도 두산의 상승세에 불을 지폈다. 2008년 2차 1라운드(전체 4순위) 지명으로 데뷔한 이래 ‘만년 기대주’에 머물렀던 김재환은 올 시즌 비로소 잠재력을 만개하며 일약 최고 타자 반열에 올라섰다. 지난해까지 통산 13개였던 홈런을 올해는 37개나 터뜨렸고, 타점도 124개나 수확했다. 특히 한국시리즈 2, 3차전에서 연속으로 결정적인 홈런을 쏘아 올려 가을 야구에서도 인상적인 해결사 구실을 했다.
한편 올 시즌 마지막 프로야구 경기였던 이날도 입장권 1만1,000장은 모두 팔려 한국시리즈에서는 지난해 1차전부터 9경기째 입장권 매진이 이어졌다. 올해 포스트시즌에서는 NC-LG의 플레이오프 1차전부터 8경기 연속이다. 창원=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