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시간 연장 요구 위해 신청
중구청, 불법 양도 노점은 불허
상인들 “일부만 허가는 편가르기”
구청장 면담 이어 강경대응 예고
노점실명제 가입을 조건으로 영업시간 연장을 요구하는 남대문시장 노점상들이 대대적인 집단행동을 준비하고 있어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노점상들은 노점실명제에 우선 가입하고 추후에 영업시간 연장을 요구하기로 한 발 물러섰지만, 노점실명제를 진행하는 서울 중구가 일부 노점의 실명제 가입 허가를 내주지 않으면서 강경 대응 방침으로 선회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중구는 앞서 지난해 9월 관내 중심 상권인 명동, 남대문 등 일대를 대상으로 노점이 도로를 일시적으로 점용하는 것을 허용하는 노점실명제를 전국 지자체에서 처음 도입했다. 노점실명제를 통해 관행적으로 이뤄지던 노점 임대와 매매를 근절하고, 1인 1노점만 인정해 기업형 노점이 퇴출시키겠다는 의도였다.
유웅걸 중구 가로환경과장은 “노점실명제에 가입한 노점은 운영자 사진과 인적 사항이 적힌 도로점용허가증을 내건 채 영업한다”며 “남대문시장 노점의 경우 도로점용에 따른 비용은 1년에 약 50만원 수준”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 6월부터 큰 무리 없이 360여개 모든 노점을 대상으로 노점실명제가 실시된 명동과 달리 남대문시장은 노점실명제가 시작된 7월부터 현재까지 정착에 애를 먹고 있다. 전국노점상연합회(전노련) 소속 노점들이 영업시간 연장을 요구하며 실명제 가입을 꺼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대문 노점상들은 노점실명제 가입을 조건으로 점포상인들과 합의한 기존 영업 시작시간을 오후 5시에서 오후 3시로 앞당겨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지난 9월 한 달간 점포 상인들과 노점 상인들은 노점의 영업시간 연장을 놓고 물리적으로 충돌해 10여 명이 부상당하기도 했다. 김재용 남대문시장상인회장은 “노점들이 영업을 시작하면 점포 영업에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현재 중구가 추산하는 남대문시장 노점 약 210여개로, 이 가운데 노점실명제에 가입한 노점은 전노련에 속하지 않은 80개에 불과하다. 다만 이달 중순 전노련 소속 노점 150여개가 노점실명제에 우선 가입하고, 영업시간 연장 등을 협의하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해 일단락됐다.
하지만 중구가 노점실명제 가입 신청 전노련 소속 노점상 130여개 가운데 26개는 노점실명제 가입을 허가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이번에는 중구와 전노련 소속 노점간의 충돌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중구는 불법 양도나 기업형 노점 등은 노점실명제 대상이 아니라며 일부 노점의 실명제 가입을 불허한다는 입장이지만 전노련 소속 노점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서종수 전노련남대문시장지역장은 “전노련 소속 일부 노점만 실명제 가입을 허가하는 것은 편가르기 조장”이라며 “몸이 아파 본인 대신에 잠시 가족이 나와 노점을 운영할 수도 있는데, 이런 사례들까지 불법 양도로 내모는 건 억지”라고 주장했다.
11일 중구청장 면담을 신청해 놓은 전노련은 구의 입장이 바뀌지 않을 경우 12일 남대문시장에서 시작하는 민중총궐기 출정식에서 사안을 공식 제기해 본격 투쟁에 나설 계획이다.
유 과장은 “노점실명제는 노점상을 암묵적으로 용인하거나 무조건 철거할 대상으로 보지 않는 가장 합리적인 노점상 정책”이라며 “원만한 합의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태무 기자 abcdef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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