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트롤타워 역할 미흡
“최근 대통령께 대면보고 한 게 언제인가요?”(박홍근 의원)
“한 달 넘은 것 같습니다.”(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최근 국회에서 있었던 이 문답은 행정부 공식서열 3위에 해당하는 경제부총리가 이 정권에서 받는 대접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취임 때만 해도 유 부총리는 박근혜 대통령의 당선인 비서실장 경력 덕분에 ‘친박’ 꼬리표를 달고 경제사령탑에 올랐지만, 결국 대통령의 전폭적 신임을 얻지 못한 채 10개월 만에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전임자였던 최경환 전 부총리가 ‘초이노믹스’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 내며 경제부처를 휘어잡았던 것에 비해, 최 전 부총리보다 대통령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없었던 유 부총리는 경제정책에서 뚜렷한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그가 가장 자주 듣던 평가가 바로 ‘컨트롤타워’ 또는 ‘존재감’에 대한 지적이었다.
재임 기간 중 가장 시급한 경제 현안은 조선ㆍ해운업 등 산업 구조조정 문제였지만, 유 부총리는 큰 역할을 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차관이나 다른 장관들이 이 문제를 챙기다가, 부랴부랴 부총리 주재 컨트롤타워(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를 만들었지만 이마저도 제대로 회의가 열리지 못했다. 결국 지난달 말 해운ㆍ조선업 대책을 내놓았지만, 근본적 수술이 아닌 대증요법에 가까운 대책들만 내놓아 “차기 정부에 사실상 숙제를 넘겼다”는 평가를 받았다.
적을 만들지 않는 성품과 재선의원 경력 때문에 대(對) 국회관계에서 조정능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지만, 이마저도 ▦청와대의 강경기조 ▦여야 관계 악화 ▦여소야대 국회 구성 등 외부 변수에 발목이 잡혔다. 결국 규제프리존법 서비스발전기본법 등 핵심 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키지 못한 채 바통을 넘기게 됐다.
세종=이영창 기자 anti09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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