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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경 “은퇴라뇨… 살아있는 한 무대 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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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경 “은퇴라뇨… 살아있는 한 무대 오릅니다”

입력
2016.11.02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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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초연하는 연극 ‘언더스터디’에 출연하는 오현경(왼쪽), 류태호 배우. 데뷔 60년을 맞은 배우 오현경을 모티프로 한 작품은 배우와 연극, 인생에 대한 묵직한 울림을 전한다. 극단 풍등 제공
4일 초연하는 연극 ‘언더스터디’에 출연하는 오현경(왼쪽), 류태호 배우. 데뷔 60년을 맞은 배우 오현경을 모티프로 한 작품은 배우와 연극, 인생에 대한 묵직한 울림을 전한다. 극단 풍등 제공

“노인성 치매라고. 1년 전부터 증세가 조금씩 나타났을 거라고 하더군요.” “선생님은 못 오세요. 오신다고 해도 공연은 불가능해요.”

무대 인생 60년의 연극계 전설 ‘오선생’의 은퇴 공연 마지막 날. 공연 1시간을 앞두고 선생이 오지 않자 분장실이 술렁인다. 오선생의 언더스터디(대역배우)를 맡은 20년차 중견 배우 정환이 “자신의 삶을 대역 없이 마무리 할 기회는 줘야 한다”며 사람들을 설득하지만 분장실에 막 들어선 오선생을 향해 유학파 출신의 연극 피디가 똑 부러지는 말투로 선고한다. “선생님은 지금 몹시 피곤하십니다. 오늘 공연은 객석에서 후배들의 공연을 격려해 주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배우 오현경(80)이 연기 인생 61년을 맞아 기념작 ‘언더스터디’를 무대에 올린다. 4일부터 13일까지 대학로 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되는 작품은 오현경의 분신과 같은 노배우 ‘오선생’을 주인공으로 연극과 배우, 인생에 대한 묵직한 울림을 전한다. 최근 대학로 예술가의 집에서 ‘언더스터디’ 시연 후 만난 오현경은 “1955년도 고등학생 때 경연대회서 상을 받은 걸 데뷔라고 하면 61년이 됐다. 만으로 60년이다. 하지만 이게 기념할만한 것인지는 모르겠고, 그래서 작년에 별다른 행사도 하지 않았다”며 “작품을 받았을 때 우리 이야기라고 느꼈고 감동을 줄 수 있으리란 생각에 출연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오현경이 후배들과 분장실, 연습실, 술자리에서 말한 ‘어록’이 촘촘하게 박힌 대본은 오현경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은 배우 전형재씨가 집필했다. 전씨는 “지난해 생활고로 고시원에서 사망한 배우 김운하씨 사연을 접하면서 이와 반대로 아름다운 배우의 이야기를 써보고 싶어졌다”며 “(논문을 쓰며)오현경 선생과 만나며 들은 이야기를 대본에 대부분 녹였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극은 수십 년 오현경과 무대에서 인연을 쌓은 배우들이 의기투합했다. 연출을 맡은 송미숙씨는 극단 실험극장 연구생에서 연극을 시작했고, 극중 딸로 출연하는 배우 차유경은 1980년대 오현경의 대표작 ‘피가로의 결혼’에서 부부로 출연한 바 있다. “대한민국 연극사에 큰 족적을 남긴 오현경 선생님과 함께하게 돼 영광”이라는 정환 역의 류태호는 “언더스터디를 소재로 하고 있지만 결국 오 선생님을 통해서 본 연극관 같은 것이 많이 녹아 있다”고 말했다.

후배들이 차려놓은 잔치상이 겸연쩍은 듯 “헌정작은 절대 아니다”고 말한 오현경은 이 작품 후에도 무대에 서겠다고 말했다. “작품 속 오선생은 (치매 탓에)‘은퇴 공연’을 하지만 엄밀히 보면 ‘은퇴 공연’이라는 말은 어색하죠. 건방지게 무슨 은퇴인가요. 젊은 사람이 은퇴한다는 것은 중도하차지 은퇴가 아니죠. 연극인은 생명이 붙고, 말이 나올 수 있는 한 무대에 서는데 꼭 주인공을 할 필요는 없어요. 후배들과 어울려서 출연하면 돼요.”

(02)3668-0007

이윤주 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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