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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책’보다 ‘관리형’ 필요… 취임한다 해도 산 넘어 산

입력
2016.11.02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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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마다 정부 대책 실무 맡아

“준비된 부총리” 평가 많지만

경제위기 타개 쉽지 않을 듯

정치색 없는 것도 발탁 이유

대통령과 소통ㆍ野 협조 등

얼마나 힘 실릴지는 의문

신임 경제부총리로 내정된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2일 오전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 수장을 맡게 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서재훈 기자
신임 경제부총리로 내정된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2일 오전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 수장을 맡게 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서재훈 기자

박근혜 정부가 임기 마지막 1년여를 책임질 경제 사령탑으로 정통 경제관료 출신인 임종룡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현 금융위원장)를 택했다. 앞선 경제부총리들이 정통 경제관료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정치적 색채가 강한 인물들이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현 정부 마지막 구원투수로 그를 택한 것은 임기 마지막 해에 새로운 정책을 공격적으로 펼치기 힘든데다 현 경제 상황의 엄중함을 감안할 때 ‘관리형 수장’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정국이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국면인 만큼 정치적인 색채가 없는 인물이 적임자라는 계산도 작용했을 거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임 후보자의 낙점에 대한 기재부 안팎의 평가는 일단 후하다. 경제사령탑으로서의 자격에 대한 이견은 거의 없다. 임 후보자는 자타공인 ‘준비된 부총리‘다. 행정고시 24회로 옛 재무부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한 임 후보자는 엘리트 관료 코스를 차근차근 밟아왔다. 금융·경제정책의 핵심 보직을 두루 섭렵하며 1998년 외환위기,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등 대형 경제위기 때마다 수습을 위한 대책 실무를 맡아 정부 내에서 구조조정 경험이 가장 많은 것으로 꼽힌다. 특히 지난해 3월부터 금융위원장을 맡으면서는 금융개혁, 가계부채, 기업 구조조정 대책 등 경제부처 전체를 아우르는 굵직한 정책들을 전면에서 이끌어왔다.

관료사회 안팎의 평판도 좋다. 선후배 사이에서 그를 둘러싼 험담을 듣기 어려울 만큼 성품이 온화하고 합리적 리더십을 갖췄다. 특히 기재부 내에서의 신망도 두터워 전임자의 최대 단점으로 꼽혔던 리더십 부재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경제부처 장관을 지낸 한 인사는 “경제부처들을 지휘하고 총괄해야 하는 부총리 자리에 오르기에는 아직 나이나 연륜 등이 조금 이르다는 생각은 있다”며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더 나은 카드를 찾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임 후보자의 앞날이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마이너스 성장을 거듭하는 수출, 고꾸라지기 시작한 내수, 한국 경제를 먹여 살려온 대표기업들의 실적 둔화, 언제 붕괴될지 모를 부동산 버블, 그리고 끝없이 팽창하고 있는 가계부채까지 눈앞의 경제 현실은 온통 지뢰밭이다. 더구나 미국의 대통령 선거, 기준금리 인상 등 대외 불확실성도 어떤 후폭풍을 몰고올지 모르는 상황이다. 게다가 동원할 수 있는 카드는 별로 많지 않다. 임 후보자가 이날 “확장적 재정정책을 펴겠다”고 강한 의지를 피력했지만, 재정 곳간이나 금리 여력도 그리 넉넉하지 못한 상태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어느 한 부분만 손을 대서 경제가 나아질 수는 없는 국면”이라며 “게다가 임기 말 무리한 카드를 동원했다가는 나중에 더 큰 비판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한계”라고 말했다.

당장 구원투수가 절실한 상황에서 취임이라는 첫 단계부터도 험로가 예상된다. 야당은 이번 개각의 철회를 요구하며 인사청문회를 보이콧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상태다. 정상적인 절차를 밟을 경우에도 통상 20~30일 가량이 걸리는 상황에서 야당의 반발이 거세질 경우엔 이보다 훨씬 더 길어질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취임 관문을 넘어선다고 해도 점점 더 꼬여만 가는 정국 상황은 경제팀 수장 한 사람의 능력만으로 헤쳐가기엔 너무 높은 장벽일 수밖에 없다. ‘친박’인 유 부총리조차도 “대통령에 대면 보고를 한 지 한 달이 넘었다”고 하는 상황에서, 임 후보자에게 얼마나 힘이 실릴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내년 대선 등 정치 일정까지 감안하면 국회에서 경제 현안이 뒷전으로 밀릴 공산도 농후하다. 이필상 서울대 겸임교수는 “경제를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국회의 도움이 절실한데 현재로선 기대하기 어렵지 않겠느냐“고 우려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도 “현재 국면에서 경제정책이 얼마나 추진력을 가질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새로운 것을 벌리기 보다는 차근차근 정리해나가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남상욱 기자 thot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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