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김병준ㆍ경제부총리 임종룡
朴대통령, 여야 상의 없이 인사
안전처 장관에 박승주 내정
野3당 반발 “국회 인준 보이콧”
김병준, 朴 탈당ㆍ2선 후퇴 협의
박근혜 대통령이 2일 노무현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김병준(62)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를 국무총리에 전격 지명했다.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과도 전혀 상의하지 않고 이날 오전 단행한 기습 인사였다. 박 대통령은 또 임종룡(57) 금융위원장을 경제부총리에 발탁해 경제팀 사령탑을 교체했고, 박승주(64) 전 여성가족부 차관을 국민안전처 장관에 내정했다.
박 대통령이 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 3명을 바꾸는 공격적 개각을 서둘러 단행하고 그 내용을 일방통행 식으로 발표한 것은 ‘여론의 탄핵’을 당한 상태에서도 정국 주도권을 놓지 않겠다는 의미다. 때문에 ‘최순실 게이트’로 정권의 정당성과 권위가 추락한 현실을 외면하고 또 다시 정치적 승부수를 던진 것이란 비판을 낳았다. 여야가 국정공백을 막을 해법으로 논의해온 거국중립내각 구성도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하지만 청와대 참모들은 “정치권이 요구하는 거국중립내각의 취지를 반영해 야당 인사인 김 후보자를 책임총리로 발탁해 힘과 권한을 적극적으로 나눠 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미 힘이 빠진 박 대통령이 개각으로 국면 전환을 도모하는 것이 아니다”면서 “김 후보자가 넘겨 받을 상당한 국정운영 권한과 책임총리제 운영 방향 등을 직접 설명할 것”이고 말했다.
김 후보자도 박 대통령의 탈당과 2선 후퇴,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확고한 수사 의사 표명 등의 방안을 청와대와 협의하고, 그 결과를 3일 기자회견에서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아닌 청와대 관계자들이 뒤늦게 밝힌 해명들은 야당과 여론의 반발을 달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더불어민주당ㆍ국민의당ㆍ정의당 등 야3당은 개각 철회를 요구하고 김 후보자 등에 대한 국회 인준 절차를 거부하기로 했다. 국회 재적 과반 의석을 보유한 거야(巨野) 3당이 거부하면, 김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도 치르지 못하고 낙마하게 된다. 일부 친박계를 제외한 새누리당 의원들도 박 대통령의 기습 개각에 반발했다.
박 대통령의 ‘김병준 책임총리 카드’가 무산될 경우, 본격적인 ‘대통령 하야 정국’이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박 대통령이 조만간 책임총리ㆍ거국중립내각 등에 대한 구상을 직접 밝힐 것인지 주목된다. 박 대통령은 ‘노무현의 남자’로 알려진 김 후보자를 내세워, 거국중립내각 구성이나 명시적 2선 후퇴 요구에는 응하지 않으면서 그 취지는 수용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청와대가 김 후보자의 추천을 받아 역시 노무현정부 출신인 박승주 장관 후보자를 인선했다는 점을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경북 고령 출신의 김 후보자는 대구상고ㆍ영남대ㆍ미국 델라웨어 대학(정치학 박사)을 졸업한 행정학 전문가로, 노무현정부의 정책을 총괄했다. 2006년 부총리에 임명됐다가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의 논문 표절 공세에 밀려 13일만에 낙마하기도 했다.
김 후보자는 서울 금융감독원 연수원에서 기자들과 만나 ‘책임총리 권한을 행사할 것이라는 얘기를 박 대통령에게 들었느냐’는 질문에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저녁 기자들과 다시 만나 총리 지명 과정에 대해 “상당한 권한을 위임하고 국정 책임을 다할 총리를 지명하면서 전화로 했겠느냐”면서 박 대통령과 독대한 사실을 공개했다.
최문선 기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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