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개통 앞두고 2일부터 시범운행 돌입
53km 지하터널 시속 300km로 ‘쌩쌩’
2일 오전 10시 서울 강남구 수서역 SRT(수서발 고속철도 열차) 지하 2층 승강장. 길이 201m의 신형 SRT 열차가 충북 청주시 오송역을 향해 출발했다. 출발 후 10초도 지나지 않아 차창 밖은 바로 어둠으로 뒤덮였다. SRT 전용선로인 수서~평택(60.9km) 구간의 90%에 달하는 53.4km(수서~화성 동탄역 부근)가 40~50m 깊이의 ‘지하’ 터널이기 때문이다.
출발 5분여 뒤 SRT가 속도를 최대 시속(300km)까지 높였지만 지하터널 안에서는 속도감을 느낄 수 없었다. 출발 17여분 후 평택 지제역 근처에 이르러서야 지상 공간이 나타났다. SRT에서는 코레일의 KTX처럼 ‘차창 밖 풍경’을 즐기긴 어려웠다.
SRT 운영사인 SR은 다음달 초 정식 개통을 앞두고 시범운행 단계에 있는 SRT를 이날 언론에 공개했다. SRT는 강남 수서역을 출발해 전용선로인 경기 화성 동탄역, 평택 지제역을 지나 평택 부근에서 현재 KTX가 운행 중인 경부 고속선에 합류해 같은 노선을 사용할 예정이다. 부산행 경부선과 목포행 호남선은 각각 매일 편도 40회, 20회씩 운행된다.
이용 가격은 KTX에 비해 평균 10%(최대 14%) 저렴하다. 앞서 2013년 정부는 “코레일이 독점하고 있는 철도 운영 체제에 경쟁원리를 도입해야 한다”며 SR에 철도사업 면허를 발급한 바 있다.
SRT는 기존 KTX 이용 고객의 불만 사항을 열차 내부설계에 적극 반영했다. KTX에 비해 좌석 앞 발을 뻗을 수 있는 공간을 5.2~5.7cm 가량 넓혔고, 모든 좌석에 전원 콘센트를 설치했다. 또 공용 화장실과 남녀 별도 화장실이 섞여 있는 KTX와 달리 SRT에는 화장실이 모두 남녀 별도로(각각 5개씩) 마련됐다.
SRT이 개통되면 서울 강남ㆍ강동구 등 수도권 동남부 지역 주민의 고속철도 접근성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이날 지하철 3호선 수서역에서 환승통로(190m)를 거쳐 SRT 승강장까지 직접 걸어보니 5~10분 밖에 걸리지 않았다. SRT의 출발역인 수서역은 서울 지하철 3호선ㆍ분당선 수서역과 지하 통로로 연결돼 있다.
다만 국내 최장 길이 지하터널 선로를 달리는 SRT에 안전 우려는 지속될 걸로 보인다. 터널 내부가 좁고 어두워 기관사의 주의가 더욱 요구되는 데다 사고 발생 시 대피 과정이 지상에서보다 훨씬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SR 관계자는 “지하터널 내부에 총 20개의 비상 대피 통로(수직구)를 마련했기 때문에 터널 내 화재 등 사고 발생 시에 충분히 대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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