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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원 "불신의 시대, 믿음의 얘기에 공감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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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원 "불신의 시대, 믿음의 얘기에 공감할 것"

입력
2016.11.02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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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가려진 시간’에서 소년을 연기한 강동원은 “13세 때는 이성에 약간 눈을 뜬 시기였고 처음으로 가요를 듣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쇼박스 제공
영화 ‘가려진 시간’에서 소년을 연기한 강동원은 “13세 때는 이성에 약간 눈을 뜬 시기였고 처음으로 가요를 듣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쇼박스 제공

“요즘 같은 불신의 시대에 믿음에 대해 한 번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요?”

하수상한 시절이다. ‘순수한 마음’이라는 이상적 표현이 덧없고 세태에 찌든 느낌이 든다. 국정농단으로 온 나라가 실의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배우 강동원(35)이 뒤틀린 세상을 향해 순정한 마음을 전하는 영화 ‘가려진 시간’(16일 개봉)이라면 마음을 조금이나마 달랠 수 있을까. 2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강동원은 시국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면서도 “불신의 시대”라는 의미심장한 표현을 썼다. 그는 “믿음과 순수성에 대한 영화이기에 전 연령대가 공감하며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려진 시간’은 가상의 섬 화노도에서 일어난 의문의 실종사건 이후 며칠 만에 어른이 되어 나타난 성민(강동원)의 이야기다. 13세 소년 성민(이효제)은 산 속에서 기이한 경험을 한 뒤 멈춰진 시간의 틀 안에서 살다가 다시 현실 세계와 마주한다.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 세상 속에서 오로지 친구 수린(신은수)만이 그의 존재를 의심하지 않는다. 영화는 두 소년 소녀가 세상의 불신 앞에 맞서는 가슴 시린 이야기를 담았다.

강동원은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는 시간이 멈춘다는 설정 때문에 너무 허무맹랑한 이야기라고 생각해 헛웃음이 나더라”고 털어놨다. 그러나 점차 생각이 달라졌다고 했다. 그는 “(영화를 본 관객들도)아마 믿음에 대해 돌아보게 되지 않을까 한다”며 “내가 믿는 게 맞는 것인가 하는 걸 되짚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 ‘가려진 시간’은 의문의 사건으로 갑자기 어른이 되어 나타난 소년 성민(강동원)이 친구 수린(신은수)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쇼박스 제공
영화 ‘가려진 시간’은 의문의 사건으로 갑자기 어른이 되어 나타난 소년 성민(강동원)이 친구 수린(신은수)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쇼박스 제공

강동원은 영화 속 무중력의 시공간 안에서 젤리처럼 굳은 물로 얼굴을 씻고 목도 축인다. 공중에 뜬 물건은 가방이나 손에 줄로 묶어 이동한다. 한국영화에서는 본 적 없는 진기한 장면이다. 강동원은 “멈춘 세계를 구현해내는 데 신경을 많이 썼다”고 했다. “허무맹랑한 얘기를 어른들은 믿어주지 않잖아요. ‘그게 말이 돼?’하며 뭉개버리죠. 멈춘 공간은 세상을 불신하는 어른들 생각의 반대 지점을 그리고 있어요.”

불신하는 어른들에게 반기를 드는 영화지만 정작 강동원 자신도 믿음이라는 단어를 자신 있게 받아들이지 못 한다. “어른이라서 서글픈 게 사람을 쉽게 믿지 못하는 것과 신경 쓰고 책임질 일이 많다는 겁니다. 특히 사람을 잘 믿지 못하는 나이가 됐어요. 함부로 믿진 않아요. 특히 이쪽 세계(연예계)가 엄청나게 살벌하잖아요. 문서로 남겨 놓지 않으면 바로 손바닥 뒤집듯 하니… 말로 하는 약속은 약속도 아니고요.”

강동원은 시나리오에 공감하고도 ‘가려진 시간’ 출연 제안을 선뜻 받아들이지 못 했다. “외모와 마음가짐이 세상 풍파를 겪으며 순수성을 잃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내가 할 만한 작품인가 생각했다”면서도 “이 역할을 하기엔 나이가 좀 신경 쓰이긴 했지만 1,2년이 지나면 더 못할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는 “(젊은 외모를 앞세운)이런 작품은 이제 마지막이 아닐까”라며 나이에 대한 부담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강동원. 쇼박스 제공
강동원. 쇼박스 제공

이젠 전성기가 지난 듯한 말로 들리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그는 ‘검은 사제들’(장재현 감독)과 ‘검사외전’(이일형 감독)으로 연이어 신인 감독과 함께 일하고도 관객 540만명과 970만명을 각각 기록하며 흥행 홈런을 날렸다. ‘가려진 시간’의 엄태화 감독도 상업영화가 처음인 신진인데 강동원의 무서운 흥행 파괴력 때문에 개봉 시기를 미룬 영화가 있다는 소문이 들린다. “영화가 워낙 평범하지 않으니까 다들 경계하는 것 같아요. 꼭 저 때문인 건 아니고요. 하지만 경쟁할 영화가 적다는 건 제 입장에서는 좋죠(웃음).”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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